[데스크칼럼] 또또또 참사…인간적 ‘배려’ 없는 오너, 그리고 정부
[데스크칼럼] 또또또 참사…인간적 ‘배려’ 없는 오너, 그리고 정부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2.11.08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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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전국이 슬픔에 빠졌다. 애도를 표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 안전시스템에 허점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충격이다. 경찰의 대응력은 물론 소방 대응 상황과 병원 환자 수용 문제까지 총체적 난국으로 지적됐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부의 무능함? 이 지적을 넘어 사람에 대한 ‘배려’가 떠올랐다. ‘설마’, ‘나만 아니면 돼’, ‘경제적인 논리에서의 불가피한 희생’을 외치는 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이같은 마음으로는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갖춘다 한들 사고를 절대 막을 수 없다.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하면서 우리 사회가 굴러가야 되는 게 아닌가.” 지난 10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했던 발언이다. 바로 파리바게트로 잘 알려진 SPC그룹의 제빵공장 직원 사망사고 직후 우리기업과 사회를 꼬집기 위해 했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있고 2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문제는 참사 직후 정부와 경찰이 책임과 사과보다는 회피에 급급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하다 못해 부끄러울 지경이다.

정부의 태도가 ‘이 지경’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인데, 기업은 더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시행했다. 법 시행을 통해 산업현장에서의 사망사고를 없애겠다는 의지였다. 사업주 안전 소홀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자는 쇠고랑을 차는 게 법의 골자다.

경영자 목을 조여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게 만들겠다는 것인데, 법 시행 단 3일 만에 사고가 터졌다.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토사가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사망했다.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최근 2개월만 놓고 봐도 상상하기 힘든 역대급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대기업 연관 참사다. 포스코를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SPC, 대한항공, SGC, 농심, 코레일까지다. 여기에 생활을 멈추게 한 먹통사태까지 더해지면 카카오, 네이버, SK도 이름이 들어간다. 공장 셧다운, 화재 사망사고, 끼임 사망사고, 활주로 이탈사고, 추락 사망사고, 철도 작업참변 등 언어만으로도 끔찍하다.

모두 2개월 만에 일어난 참사인데, 이들 기업의 도덕성에 균열이 드러났다. 특히 포스코는 총수인 최정우 회장이 태풍 ‘힌남노’ 예보 때 재난대비가 아닌 골프장에 가 사고를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SPC 허영인 회장은 더 심각했다. 사망사고 수습 전 노동자들을 사고현장 공장에 투입시켰고 사망한 노동자 빈소에는 빵을 보내 뭇매를 맞았다. 허 회장이 직접 나와 공식 사과했지만 다음날 또 사고가 터졌다. 최근엔 현장 감독하러 온 고용노동부 감독관의 서류를 몰래 뒤지는 추태까지 보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고 때마다 터져 나온 오너‧총수 이름과 사진을 막기 위한 이들의 행보는 정말 몰상식할 정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너의 이미지가 기업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기업과 오너는 직원과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안 지켰다.

그러나 이젠 무작정 기업만 문제라고는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 또한 가장 기본인 ‘배려’가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누가 쇠고랑을 차야 할까. 정부가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들도 더 이상 책임회피 없이 최고위층이 직접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게 누구든 어떤 위치에 있든 말이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