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서면조사 철회 '숨고르기'… 야권의 강한 반발 의식한 듯
유 사무총장, 대통령실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감사원에 대한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감사원은 서면 조사 방침을 철회했다. '서면 조사로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야권의 거센 저항을 의식한 처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에 관해 보고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부당함과 무도함이 필설로 형용키 어렵다"며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자신의 무능과 실패를 숨기려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권을 공격하는 데 골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대통령의 무능은 죄악이다. 나라를 한순간에 망하게 할 수 있어서"라며 "그런데 잘하는 게 하나 있다. 정치 탄압엔 발군의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감사원 앞에서 이틀째 1인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이날은 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나섰다. 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감사원이라는 검찰의 전위부대를 활용해 당위성을 먼저 만든 뒤 검찰이 이어받아 수사하려는 것"이라며 "완전한 협업플레이를 통한 전 정부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유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감사원 2인자인 사무총장에 앉았으며, 정권 실세로 평가된다.
내용은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해당 문자메시지는 일부 언론에 도보된 '서해 감사가 절차 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헌법상 독립 기관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핵심 참모에게 업무 보고를 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 야권은 총공세를 퍼부었다.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검은 유착"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박주민 의원도 "감사원은 독립 헌법기관이라며 언급이 부적절하다던 윤석열 대통령님, 부끄럽지 않나"라며 "국민 앞에서는 감사원과 아무 소통이 없는 것처럼 굴더니, 뒤로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긴밀한 소통을 나누고 있었다니 정말로 말문이 막힌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표적감사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와 관련한 질문에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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