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미사일로 맞불… 강대강 치닫는 남북
北 도발에 미사일로 맞불… 강대강 치닫는 남북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0.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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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해로 ‘에이태큼스’ 4발 발사… 현무미사일은 실패
한일, 안보로 전환 계기 조짐… 기시다 “긴밀한 소통 원해”
한·미, 북 도발 대응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실시.(사진=연합뉴스)
한·미, 북 도발 대응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실시.(사진=연합뉴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연합 지대지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하며 한반도 정세가 강대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연합훈련을 마치고 떠났던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000t급)까지 동해 공해상으로 뱃머리를 돌리며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제1원칙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출동은) 한미 정상의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합의에 따라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한미 국방장관의 협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레이건호는 최근 북한의 잦은 도발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북한은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앞두고 레이건호가 지난달 25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자 같은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발 발사했다.

한반도 정세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는 동시에 핵 유지의 명분을 쌓기 위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후 북한은 이틀에 한번 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전날은 일본 상공을 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며 도발수위를 끌어올렸다.

레이건호 재출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어떤 도발과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미 군당국은 오전에도 동해로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며 북한을 향해 ‘도발 원점 무력화’ 능력을 과시했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큼스(ATACMS) 각 2발씩 총 4발을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타격 했다.

한미의 미사일 도발 대응 사격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서 지난 3월, 5월, 6월에 대응 사격으로 타격용 14발(한측 12발, 미측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합참은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실패했다. 이날 새벽 1시께 실시한 연합 대응 사격에서 발사된 ‘현무-2’는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섬광과 굉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우리 군의 맞대응에 한반도 정세는 경색된 반면 일본과의 협력관계는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 전 유엔 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이후 쌓아 올린 우호 관계를 토대로 미래 지향적 발전을 모색하고 싶다”며 “그중에서도 안전보장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긴밀한 의사소통을 도모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미사일을 쏘며 무력시위를 강화해 가자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긴밀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일, 한미일 협력’을 언급해온 기시다 총리가 ‘한일 협력’을 강조한 만큼 북핵 대응 문제가 냉각된 한일관계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