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루나·테라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토큰, 발행 불가?
[기고] 루나·테라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토큰, 발행 불가?
  • 신아일보
  • 승인 2022.09.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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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후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
 

지난 5월 전 세계를 강타한 루나·테라 대폭락 사태. 450억달러, 한화 약 60조원 규모의 코인런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토큰이 앞으로도 발행할 수 있을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지난 6월 30일 2014년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세계 최초의 유럽연합 암호자산법(MiCA, Markets in Crypto Asset)에서도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토큰 발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 암호자산법(이하 법) 전문 26항에 의하면, ‘알고리즘형 토큰은 수요변화에 대응해 토큰의 공급을 증가 또는 감소시킨다. 또 이러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토큰이 자산에 준거해 가치안정을 도모하지 않을 경우에 자산준거 토큰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산준거형이 아닌 알고리즘형 토큰은 유틸리티 토큰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 준거형 토큰은 무엇일까. 법 전문 25항에서 ‘자산준거 토큰은 △명목화폐, 상품 등에 준거해 가치안정을 도모한다 △이용자들이 가치 이전과 지급수단 용도로 해당 토큰을 폭 넓게 수용할 가능성이 있어 다른 토큰에 비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무결성 측면에서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따라서 다른 토큰보다 발행자에게 더욱 엄격한 요건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법에서는 △토큰 보유자의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유통 중인 토큰 총 액면가 이상의 준비자산 유지 △고유자산과 준비자산의 분리 보관 △담보 또는 질권 설정 제한 △리스크는 낮고 유동성이 높은 상품에 한정한 투자 등 준비자산에 대해 상세하고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관계 당국의 인가 또한 까다롭다. 발행자는 관계 당국에 백서를 비롯해 관련 요건을 증빙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평가를 거쳐 인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 대상자도 현재와 같은 정체불명의 재단이 아니라 유럽연합 내에 소재하는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백서의 경우, 준비자산 및 투자 정책과 유동성 관리, 보유자들의 청구권, 지배구조, 거래소 거래승인, 커스터디 체제, 민원처리와 이해상충 방지, 공시 등에 대해 영어 또는 공용어로 그리고 내용들도 모호하지 않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관, 사업모델 구현 프로그램,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방지, 경영진과 의결권의 2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주주의 신원 및 관련 전문지식과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는 증거, 보안유지의 절차와 시스템 무결성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구비해야 한다.

특이한 점은 인가와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 유럽증권시장감독청과 유럽은행감독청에서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금융 감독기관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다.

제출 서류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금융 안정성 검토도 규정하고 있다. 유럽증권감독청과 은행감독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안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중앙은행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관계당국은 인가를 거부할 수 있다.

스테이블 토큰과 관련해 미국 하원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은행에서도 일정한 역할과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스테이블 토큰에 대해 금융 시스템 및 결제, 대량 상환 요청 위험은 물론 준비자산 요건, 허가 및 허가 변경 요건, 공시 등에 대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발행 유통 중인 토큰과 최소한 1대 1 이상의 안전 준비자산이 확보되지 않은 스테이블 토큰, 루나·테라처럼 알고리즘에 연동하여 가치를 보장하는 스테이블 토큰은 발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루나·테라의 대폭락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지급하고 비로소 세계 각국은 당연한 투자자 보호와 함께 금융 안정성까지 확보가 가능한 자산 준거형 스테이블 토큰 제도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검찰이 루나·테라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수사하고 있는 점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자산준거형 스테이블 토큰이 조속히 안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루나·테라 발행자는 물론 이를 상장하고 유통한 국내외 거래소의 위법성 여부도 엄중하게 조사해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