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ARM 빅딜보다 '지분확보' 유력...손정의와 논의 본격화
이재용, ARM 빅딜보다 '지분확보' 유력...손정의와 논의 본격화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9.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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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손정의 방한, 반독점 이슈에 삼성 독자인수 무리
사전 IPO, 퀄컴·인텔·SK 등 컨소시엄으로 지분확보 유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장민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장민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ARM 인수논의를 본격화한다. 총 인수대금 100조원 이상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역대급 딜이다. 다만 독과점 이슈가 큰 만큼 사전 기업공개(pre-IPO), 인수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지분확보가 유력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손 회장이 방한해 삼성과 ARM 간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손 회장이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도 지난 21일 영국에서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ARM 인수 가능성에 대해 “다음 달 손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손 회장이 제안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모바일·IoT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모바일 AP 시장에서 ARM 기반 프로세서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중저가 태블릿 시장도 ARM 기반 프로세서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기업들 모두 ARM IP(지식재산권) 기반 CPU와 AP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2030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삼성전자의 유력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논의가 공식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정의 회장은 ARM 지분 75%를 갖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ARM 인수를 독자적으로 진행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비용부담이 큰 반면 인수실익이 적고 반독점 심사도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100조원이 넘지만 2020년 엔비디아(NVIDIA)가 ARM을 인수키로 한 금액도 660억달러(약92조원)였다.

특히 엔비디아의 인수추진 당시 글로벌 반도체·IT기업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엔비디아는 인수 후에도 ARM의 IP·특허를 고객사에 공정하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주요국 반독점 심사기관은 반독점 우려에 인수를 불허했다. 독점이슈로 한 기업이 ARM을 인수하기 힘들고 만에 하나 인수한다 해도 기술독점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유력한 인수방안은 ARM 생태계 내에 있는 대형 기업들이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지분공유다. 실제 다수 기업들이 ARM 공동인수 의향을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의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도 올해 초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지분확보 방안’을 언급했다.

또 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사전 IPO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손 회장은 엔비디아에 ARM 매각 무산 후 뉴욕 또는 런던에서 상장을 준비하면서 전략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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