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시작된 요금제 베끼기 논란
[기자수첩] 또 시작된 요금제 베끼기 논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9.19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신업계를 향한 비판이 또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요금제가 대상이다. 정계와 시민단체는 지난달 이통3사가 선보인 5G 중간요금제에 대해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지적 중이다. 특히 월 요금 8800원으로 100원단위까지 동일한 이심 요금제가 나오자 이통사들이 사실상 담합했다는 비판이다.

사실 이통사들의 이번 요금제들은 닮은꼴로 담합이라기보다 베끼기에 가깝다. 5G 중간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이 먼저 내놓자 KT, LG유플러스가 요금을 조금 더 높이되 혜택도 추가해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베이직플러스'를 5G 중간요금제로 출시했다. 그러나 이는 올 상반기 기준 5G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26.8GB)에 못 미친다. 국회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이 나왔다. 이어 KT는 6만1000원에 30GB, LG유플러스는 같은 가격에 31GB를 제공키로 했다.

이심 요금제는 KT가 제일 먼저 월 8800원에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9월1일 서비스 상용화에 발맞춰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소지가 있어 이심 요금제 출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KT와 같은 날 동일한 가격에 혜택을 더한 이심 요금제를 선보했다. 이어 SK텔레콤도 수일 뒤 이심 요금제를 내놨다.

경쟁사가 준비한 요금제 정보를 입수한 뒤 살짝 손을 봐서 요금제를 내놓는 이른바 베끼기 전략이다. 이통업계의 이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세대(3G) 이동통신 시절인 지난 2010년 SK텔레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약 한달 간격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또 2013년엔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KT와 SK텔레콤이 유사 요금제를 거의 바로 발표했다.

업계는 이통사들의 미투 전략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한다.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한 시장 특성 상 경쟁사가 괜찮은 상품을 내놓는다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끼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통신사에게만 특정 요금제의 독점권을 주기도 어렵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별 받을 수 있다.

다만 베끼기를 방조하면 시장이 정체될 수 있다. 혜택 좋은 혁신적인 요금제를 마련하려 해도 타사가 바로 베껴 출시한다고 생각하면 의욕이 안 선다.

이통사들이 1~2개월에 한번 요금제를 변경, 추가 가능한 기간을 정해놓고 신청 받는 건 어떨까.

물론 시간이 지나면 같아질 수 있겠다. 그러나 참신한 요금제를 선보이는 사업자들에겐 일정기간 혜택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