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해력 강화, 세대 간 이해가 먼저다
[기자수첩] 문해력 강화, 세대 간 이해가 먼저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9.1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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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국어교육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2024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국어교육 과정에 ‘읽기·쓰기 기초’, ‘한글의 기초와 국어 규범’ 등 과목을 포함하고 수업 시간은 34시간(448→482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회 과목 학습량을 32% 줄이고 국어 시간을 늘리는 방식(수업 시간 재배치)이다.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는 ‘독서와 작문’, ‘주제 탐구 독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 등 문해력과 관련한 선택과목을 도입한다.

이런 방침은 학생들의 국어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따라 세워졌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에서 문해력 결손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는데, 학교는 코로나19로 제대로 등교하지 못한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2019년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고등학교 2학년 국어과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77.5%였으나 2021년에는 그 비율이 64.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학교 3학년도 82.9%에서 74.4%로 낮아졌다.

여기에 얼마 전 온라인에서 ‘심심(甚深)한 사과’, ‘사흘’ 논란이 더해지면서 정부는 문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를 수렴하게 됐다.

정부가 국어 수업 시간을 확대하고 과목을 다변화하는 점은 매우 좋은 시도다.

다만 문해력이 부족해지는 이유가 “어려서 뭘 모른다”식의 매도 관점이라면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성세대는 긴 한자와 한글이 적힌 활자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을 읽고, 쓰고, 해석하는 데에 익숙하다.

또 일제강점기, 산업화 전 또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느끼는 애환을 책으로써 위로받는 경우가 많아 그 시기에 나온 시나 시조, 고전문학 등에 대한 지식이 깊다.

그러나 소위 ‘MZ’라 불리는 세대는 산업화를 넘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초고도화된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지 못할 만큼 방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고, 이를 다 흡수하기 위해서는 깊이보다는 간단명료함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부 소셜미디어나 포털사이트(댓글)는 100자 이상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채용 시 자기소개서 글자 수를 500~1000자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기업들도 많다. 영상 제공 업체도 쇼츠 영상 플랫폼으로 젊은 세대를 공략 중이다.

수요자, 공급자 모두 신속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회 흐름에 따라 줄임말,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만들어진 도우미라는 단어. 이를 본떠 만든 지키미, 돌보미와 같은 단어들이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살아가는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무시한 채 한자나 한글을 해석하지 못하고, 유명한 시나 작품을 모른다고 해서 단순히 학생들을 “무식한 아이”라고 취급하는 것은 굉장한 왜곡이라는 생각이다.

기자가 볼 때는 오히려 지금 세대들이 가장 똑똑하다. ‘심심(甚深)’을 모르는 청소년이나 ‘하여자(상여자의 반대말)’를 모르는 성인이나 매한가지다.

국어교육은 일단 세대 간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뱡향은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의 것을 따르면 좋다.

한 페이지 분량의 지문을 주고 5지선다에서 답을 찾는 현 읽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읽기보다 말하기, 쓰기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

국어 교사가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보다 학생들을 가르칠수록 실력이 더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호 존중 하에 기본이론과 창의력을 겸비하는 커리큘럼이 만들어진다면 교육의 질이 더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