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택시대란'은 바로 '택시인력대란'
[기고] '택시대란'은 바로 '택시인력대란'
  • 신아일보
  • 승인 2022.08.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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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
 

요즘 심야시간에 택시잡기는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택시 호출앱을 켜서 택시를 수배해 보지만, 1만원 이하 거리는 주위에 빈차가 없다는 응답만 되돌아오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여론에서는 ‘택시대란’이라고 부른다. 이에 정부도 택시 탄력요금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택시공급이 부족한 시간에 더 높은 택시요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택시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대책이다. 그러나, 탄력요금제라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작금의 택시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감이 있다.

우선 택시 플랫폼에 의한 탄력요금제는 일반택시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혜택이 플랫폼을 가진 가맹업체에게만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에 가맹되지 않은 택시가 오히려 일반적인 현실이다. 플랫폼 가맹택시업체에게는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비가맹택시는 정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플랫폼 시장 독점구조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택시 플랫폼 가맹시장과 호출시장에서의 카카오 모빌리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카카오T 가맹택시는 작년 기준 2만6000대를 웃돈다. 부정할 수 없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우티, 타다의 1200대와 1700대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앱을 통한 콜 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이는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그런데, 플랫폼 택시에 대한 탄력요금제는 독점적 플랫폼 업체의 매출 증가와 이에 소속된 기사들의 수입 증대에는 기여할 것이다. 그 결과는 안 그래도 부족한 기사가 카카오로 유입되고 카카오 모빌리티의 독점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대급부는 일반 택시업체의 기사유출과 가동률 저하다. 

택시대란의 원인은 1차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급격한 법인택시 기사의 유출이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말 약 3만명 수준이었던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는 2년간 1만명이나 감소해 2021년 말에는 약 2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운전기사보다 택시면허대수가 더 많은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즉, 지금의 택시대란은 택신인력대란이고, 따라서 대책은 택시 현장을 떠난 기사들의 수급에 맞춰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한 탄력요금제는 인력의 공급을 증가시키는 대책이 아니라 기존 인력의 단순한 재배치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택시 인력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직업으로서의 택시 운전이 기사들의 생활을 유지시켜줄 만큼의 소득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산업의 기사유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에 택시 기사들의 수는 장시간 노동, 열악한 처우에 꾸준히 감소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택시 승객이 급감하고, 정치(情致)하게 설계되지 않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월급제하에서 기사들의 처우가 오히려 더 악화되는 현상이 벌어지니 기사들은 택시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기사들의 공급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핵심은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전반적인 수준에서의 적정한 요금 재설정 즉, 요금 인상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요금 조정에 머물러선 안 된다. 4~6년 주기의 원가주의에 근거한 요금 설정 원칙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하면서 요금을 엄격히 원가주의에 의거 규제하는 것은 택시의 위상에 맞지 않고 기사들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원가주의하에서 기사들이 소정근로시간만을 일한다면, 택시회사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들은 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 이상 일하도록 높은 수준의 기준금을 설정함으로써 기사들의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 기사들이 소정근로시간만을 일해도 회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만 기사들의 처우도 확보된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택시의 위상에 대한 확고한 정책 결정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아니라면 원가주의에 근거한 요금설정 원칙에서 탈피해야 하고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그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애매모호한 현재의 택시 위상에 대한 인식하 택시대란 대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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