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금리상승기에도 '주춤'…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은행주, 금리상승기에도 '주춤'…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8.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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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은행 지수 650선…만년 저평가 꼬리표
(사진=KB국민은행)
(사진=KB국민은행)

국내 증권시장에서 은행과 금융지주 주식이 ‘만년 저평가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일부 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은행주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2527.94로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2988.77) 대비 1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은행지수는 744.13에서 652.56으로 12.3% 떨어졌다. 지난달 15일에는 연초 대비 22% 떨어진 579.55까지 주저앉았다.

KRX은행지수는 거래소에서 은행업 대표종목 주가흐름을 반영해 산출한 지수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와 BNK·DGB·JB 등 3개 지방금융지주, IBK기업은행과 카카오뱅크가 이 지수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기간 은행 대장주인 KB금융(5만5300원→5만2200원)을 비롯해 신한지주(3만7250원→3만6100원), 하나금융지주(4만2350원→3만9600원), 우리금융지주(1만2800원→1만2400원), 기업은행(10350원→9730원) 등 대부분 종목의 주가는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상장해 지수 종목으로 새로 합류한 카카오뱅크는 연초 5만9100원에서 12일 기준 3만295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은행주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다. 기업 규모가 크고 실적도 좋지만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하다. 규제산업이라는 제약과 외국 금융사 대비 낮은 배당성향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행주는 올해 금리 상승기라는 호재를 두고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통상 금리 인상은 대출 이자가 높아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개선되므로 은행주가 수혜주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에 예대마진을 줄이라는 압박을 가한 영향으로 은행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주의 PBR을 들여다보면 저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은 확연해진다. 지난 12일 기준 은행주 PBR은 0.43배로 코스피 평균인 1.02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당시 국내 은행업종의 PBR이 0.57배였다. 금융위기 때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는 셈이다.

PBR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을 나눈 값이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미다. 

은행주의 저평가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은행주의 PBR이 1배 아래로 내려간 기간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10년이 넘는다. 이는 국내에서 PBR이 발표되는 17개 업종 중 가장 긴 기간이다.

PBR이 단기간 1배 아래로 내려간 경우라면 시장의 실패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돼 오히려 투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간 1배 밑으로 내려간 경우는 해당 회사의 수익 전망과 해당 주식의 수급 등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평가 해소는 국내 은행권의 오래된 숙제”라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배경도 등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