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6000여점 소장 원주 통신사료관 외부 첫 공개
KT, 6000여점 소장 원주 통신사료관 외부 첫 공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8.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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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 전화기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한국 ICT 역사 정리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이 16일 방문한 KT 원주연수원 내 통신사료관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장민제 기자]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이 16일 방문한 KT 원주연수원 내 통신사료관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장민제 기자]

KT가 원주연수원에 보관 중인 역사적 가치가 높은 통신 사료들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약 6000점으로 유선전화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한국 통신역사를 한 공간에서 소개했다.

16일 방문한 KT 원주연수원 내 통신사료관에는 세계 최고 정보통신 강국에 오른 대한민국의 통신 역사와 KT의 발자취가 함께 보존돼 있었다. KT 통신사료관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정부기관과 학계 등 관계자들에게 연구 목적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KT가 소장 중인 통신사료 6000여점이 자리했다. 19세기 말부터 사용된 전화기부터 스마트폰에 이르는 통신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인쇄전신기 등 문화재로 등록된 사료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사료는 1800년대 말 사용된 전화기 덕률풍이다. 덕률풍은 ‘텔레폰’ 영어발음을 한자식으로 표기하면서 만들어진 명칭이다. 황제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하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 황제의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에 맞춰 의관을 정제하고 4번의 큰 절을 올린 후 전화기를 받들고 통화를 했다고 전해진다. 

사료관에는 시대별 공중전화도 즐비하다. 우리나라 공중전화가 처음 설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이었다. 당시 이용요금은 50전으로 쌀 다섯가마니(약 400㎏)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비싼 요금이었다. 1962년 광복 이후 옥외 무인공중전화기가 처음 설치됐고 1977년 시내·외 겸용 공중전화기가 서비스 됐다. 1982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시내·외 겸용 DDD 공중전화가 나왔다. 초기에는 동전주입식이 도입됐다. 하지만 거스름돈이 반환되지 않는 데 불만이 높아졌고 이에 쓰는 만큼 차감되는 공중전화 카드가 등장했다. 공중전화 카드는 올림픽, 엑스포 등 당시 주요 이벤트나 문화재 등으로 꾸며지며 그 시대를 대표하기도 했다. 

통신사료관에는 시대별 전화번호부도 보관돼 있다. 1966년부터는 가입자 수가 많아지면서 전화번호부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KT는 당시 유선전화 가입자들이 쉽게 번호를 찾을 수 있도록 1년에 1부씩 무료로 전화번호부를 배포했다. 두꺼운 전화번호부는 가정이나 공중전화 앞에 놓여 있었다.

1892년 제작된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덕률풍, 왼쪽)와 삐삐와 시티폰(오른쪽)[사진=장민제 기자]
1892년 제작된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덕률풍, 왼쪽)와 삐삐와 시티폰(오른쪽)[사진=장민제 기자]

이곳에서는 이동통신의 변천사도 볼 수 있다. 1982년 235명에 불과했던 삐삐 가입자는 10년 만에 6178배인 145만2000명, 1997년에는 1519만4821명까지 불었다. 인구 3명당 1명꼴로 삐삐를 찼었다는 얘기다. ‘8282(빨리빨리)’, ‘1004(천사)’와 같은 숫자의 의미를 모르면 신세대 축에 끼지 못할 정도였다.

삐삐의 대중화는 공중전화의 보급도 가속화시켜 1997년 42만3502대까지 설치됐다. 본격적인 이동전화의 시작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기술이 상용화되면서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2세대(2G) 이동통신 기술이다. 특히 음성뿐만 아니라 ‘문자’라는 디지털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어 당시에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PCS 상용 서비스가 개시되고 이동통신은 날개를 달면서 빠르게 확산됐으며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유선전화를 앞질렀다. 

이날 KT 통신사료관의 해설을 맡은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은 “KT가 원주에 보관하고 있는 통신사료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흐름에 따른 시대상과 국민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아주 높다”며 “KT가 대한민국의 통신 역사의 본가인 만큼 앞으로도 미래 ICT 역사에서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