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수시입출식예금 인기 '시들'…수익성 하락 우려
금리인상에 수시입출식예금 인기 '시들'…수익성 하락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8.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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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은행권 수시입출식예금 53조원↓…정기예금·파킹통장으로 이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은행 핵심예금인 저원가성 예금에 대한 대거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쟁력이 높아진 예·적금과 파킹통장에 돈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 7월 한 달 새 53조3000억원이 빠졌다. 2002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은행의 예금상품은 크게 수시입출식예금과 저축성예금으로 나뉜다. 이 중 수시입출식예금은 단기 자금으로 예금주가 언제든지 입금과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을 말한다. 직장인 급여통장이나 기업 자금거래 통장 등 흔히 볼 수 있는 입출금통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예금주에게 지급되는 금리가 통상 연 0.1% 수준에 불과한 반면 잔액 규모는 1000조원에 달한다. 이에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원가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핵심예금’으로 통한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여 왔다. 코로나 사태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의 정기 예·적금 상품의 이율도 덩달아 내렸다. 

이에 저축성예금으로는 큰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자유롭게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수시입출식예금으로 돈이 몰린 것이다.

다만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기존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1년 만에 연 2.25%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맞춰 은행에서 저축성예금의 금리를 다시 높이면서 수시입출금예금 대신 수익성이 높아진 정기 예·적금으로 돈이 움직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1조7000억원 급증했다. 증가폭은 2002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전월 증가폭(9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넘는 돈이 추가로 유입된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내놓는 파킹통장도 은행 수시입출금예금의 돈을 이탈하게 만드는 요소다. 

파킹통장은 투자 등에 사용될 목돈을 잠시 보관해두는 용도의 예금상품이다. 수시입출금예금과 비슷하게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보다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최근 파킹통장의 금리 수준이 연 2% 이상으로 높아짐에 따라 본래의 용도인 자금 임시 보관보다는 저축과 이자 수익 목적의 수요가 많아졌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4일 파킹통장 ‘세이프박스’의 기본금리를 0.8%포인트(p) 올렸다. 최대 1억원 한도로 연 2%의 이자를 제공한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기존보다 0.8%p 높은 연 2.1%로 올렸다. 한도는 3억원으로 카카오뱅크보다 높다. 토스뱅크도 지난해 10월 출범하면서 ‘조건 없는 연 2% 금리 통장’을 판매 중이다.

저축은행 중에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이 우대금리 포함 최고 연 3%를 제공하는 파킹통장을 내놨다. 다만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우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데다, 고금리 적용 금액이 제한적이다. SBI저축은행은 연 2.2%의 사이다뱅크 입출금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의 낮은 조달비용을 활용해 얻는 마진이 있는 만큼 수익성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