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현대캐피탈 대표에서 물러난 정태영 현대커머셜·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커머셜이 올해 들어 현대카드의 지분을 지속해 늘리면서 독립경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량의 자금을 투입한 만큼 회사의 재무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은 올해 들어 현대카드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24.54%였던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은 올해 1분기 28.56%로 늘었다. 기존에 현대카드 지분 24%를 들고 있던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현대커머셜에 4%가량 판매한 결과다.
현대커머셜은 또 올해 6월 초 현대카드 소액 주주 1946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 3%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1%의 지분을 실제로 사들이면서 2분기 말 현대커머셜의 소유 지분은 30%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 대표직에서 18년 만에 물러났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서 직무를 겸직하던 임원 30여 명도 경영진에서 빠졌다. 그동안 한 몸처럼 호흡을 맞춰 온 두 회사가 각각 별도의 경영체제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에 현대카드는 올해 4월 그동안 현대캐피탈로 인해 참여하지 않았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독립경영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정 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유일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정 부회장은 현대커머셜 지분 12.5%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아내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은 25%를 보유 중으로, 부부가 가진 현대커머셜 지분을 합치면 37.5%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지분을 늘린다면, 정 부회장의 현대카드 지배력은 강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독립경영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현대커머셜을 제외한 현대카드 지분은 현대차가 36.96%, 기아 11.48%, 푸본금융그룹에서 20%를 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분을 합치면 48.44%에 달한다.
정 부회장의 독립경영을 위해서는 두 회사보다 더 많은 지분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평가되는 푸본금융그룹과 현대커머셜의 현재 지분을 합치면 48.54%로 현대·기아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분 확보 과정에서 현대커머셜의 재무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커머셜은 그동안 자기자본 대비 관계회사 투자 비중이 높은 점을 지적받아 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대커머셜의 자기자본은 1조2896억원이다. 이 중 관계회사 투자자산 규모는 1조2503억원으로 비중이 97%에 달한다. 특히 현대카드 소유 지분 28.56%에는 1조243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올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에서 지분 4%를 869억원에 사들였고, 소액 주주 지분 1.1% 매수에도 234억원을 썼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현대커머셜은 올해 들어 현대카드 지분 매수를 지속하면서 관계회사 투자자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며 “자기자본 대비 투자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