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택 고립된 대통령… 전화로 뭘 점검하나"
대통령실 "시스템 갖춰…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9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야권은 윤 대통령이 전날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상황을 챙긴 데 대해 맹폭을 가했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상황 종료 시까지 총력 대응을 당부한다"면서 "국민들께서 충분하다고 느끼실 때까지 끝까지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를 중심으로 비상 대비태세에 돌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며칠간 호우가 지속되는 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총력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산사태 취약지역,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 이런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통제를 실시하고, 기상 상황에 따른 도로 통제 정보를 국민들께 신속히 안내해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고 지시했다.
또 "이번 호우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피해 내용을 정확히 조사해서 신속한 복구와 지원을 당부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뒤 3명의 일가족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도 야권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특히 윤 대통령 스스로가 '이재민'이 된 게 아니냐며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의 재난 대응을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할 윤 대통령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돼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어 보인다.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했다.
당권주자인 강훈식 의원은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라면서 "향후 비상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도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한 정보를 보고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결국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