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초등입학' 이어 '외고 폐지'도 논란… 교육계 “졸속 행정”
'만5세 초등입학' 이어 '외고 폐지'도 논란… 교육계 “졸속 행정”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8.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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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때마다 고교 개편… 교장·학부모 반발 확산
"폐지시 이과쏠림 심해져"… 교육부, 여러 방안 검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춘다는 개편안으로 뭇매를 맞은 교육부가 이번에는 외국어고등학교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육부는 앞서 현 만6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춰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25%씩 4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 학부모들은 유아의 성장 발달 저해, 사교육비 증가, 경쟁 심화 등을 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대에도 교육부는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하라”는 주문에 한발 물러난 상태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최근 고등학교 체제 개편안을 놓고 또 한 번 교육계가 들썩였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하거나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고등학교의 경우 존치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해 12월까지 결론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2025년에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다양한 학교유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며 교육계는 문 정부가 추진하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계획이 뒤집힐 것으로 예상했다.

자사고는 유지하면서 외고는 폐지하고 국제고 존치 여부도 불투명해지자 교육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육부는 “외고의 경우 미래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폐지 또는 외국어교과 특성화학교 등으로 전환하겠다. 일반고로 전환해 외국어뿐만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어떤 교과 과정을 통해 특수 목적을 갖도록 하는 형식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계 뜬금없이 발표된 졸속 행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당장 외고 교장들이 나섰다.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이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이다”며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와 자유, 교육의 다양성, 학생의 교육선택권 보장 등을 강조했음에도 토론이나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도 “교육부의 일방적인 발표는 졸속 행정이다”며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과학고등학교나 영재고등학교, 자사고 등은 이과 중심의 학교다. 외고는 유일한 문과 중심의 학교다. 외고가 폐지되면 이과쏠림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자사고 28곳과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일반고 24곳 등 52개 학교에서 3학년 564학급 중 387학급(68.6%)이 이과였다.

반발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일단 발을 뺐으나 연말까지 어떻게든 외고를 포함한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제도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학제개편안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더라도 교육계 의견 수렴 없이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