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중국 30년 악연…대만 방문으로 긴장 고조
펠로시-중국 30년 악연…대만 방문으로 긴장 고조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2.08.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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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미국 대만지지 초당적…지역 평화 위해 방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을 찾은 데 이어 4일 한국을 방문하는 등 아시아 순방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을 찾은 데 이어 4일 한국을 방문하는 등 아시아 순방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를 찾은 데 이어 2일 대만, 4일 한국을 방문하는 등 아시아지역 순방에 나선 가운데 이번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이 대규모 군사 훈련에 돌입하는 등 미중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치창 대만 입법원 부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만 지지는 초당적이다. 이번 방문은 친선이 목적이며 지역의 평화를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대만 방문으로 펠로시 의장과 중국 간의 갈등이 ‘4차 대만위기’(1995년부터 1996년 초까지 벌어진 대만-미국, 중국 간의 군사 충돌 위기. 1954년 제1차 대만 해협 위기, 1958년 제2차 대만 해협 위기, 1996년 제3차 대만 해협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펠로시 의장과 중국의 오랜 악연은 약 30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1년 하원의원 시절(4년차) 베이징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이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톈안먼 사태’로 사망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성명을 낭독해 현장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구금)됐다.

또 2007~2008년에는 달라이 라마(티베트 독립운동가)와 만남을 가졌고,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베이징 하계 올림픽 유치 반대에 앞장서기도 했으며, 2022년에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또다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주도한 바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당초 여우시쿤 입법원장이 펠로시 의장을 맞을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차이 부원장이 대신 펠로시 의장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은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 중 한 곳으로, 우리는 대만과 의회 간 교류를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만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하고, 사회 속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전염병 예방에서 대만이 보여준 뛰어난 업적을 배우겠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법안은 미국과 대만 간 반도체 관련 산업 협력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말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반도체 칩과 과학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 및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2800억달러(약 364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달러와 연구‧노동력 개발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가 투입된다. 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관련 법안이 발효될 경우,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TSMC 등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회장을 전격 방문한다. 펠로시 의장과 리우 회장의 이번 만남은 미국 경제 분야를 비롯해 안보 분야에서 반도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여준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 도착, 동아시아 순방을 시작했으며 2일 밤 대만에 도착했다. 이어 4일 방한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은 없다고 전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