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비행단 사망 여군 유서… 괴롭힘 정황
공군 20비행단 사망 여군 유서… 괴롭힘 정황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7.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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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에서 숨진 여군 부사간 강모(21)하사의 유서가 발견됐다. 

27일 군인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어 괴롭힘 정황이 포착된 유서가 나왔다고 밝혔다. 

강 하사는 19일 오전 10분 20비 영내 독신자 숙소 내부 발코니에서 숨진 상태로 동료 부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지난해 3월 임관한 강 하사는 그로부터 한 달 후 지금 보직에 임명됐다.

20비는 성추행당한 뒤 괴로워하다 지난해 5월22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근무한 부대이기도 하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강 하사 유서 일부에는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씌운다',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 중사, 꼭 그대로 돌려받아라', '나한테 왜 그러냐', '다시 집에 들어가고 싶다' 등 부대 내에서 부당한 일을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군 인권센터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과 여타 정황을 볼 때 강 하사 사망에 부대 내 요인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관사 내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군사경찰과 군의관 소견에 따라 극단적 선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군 인권센터는 사전 고지 없이 강 하사에게 관사가 배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이 중사가 사망한 후 해당 호실은 공실 상태였으나 강 하사가 올해 1월 입주해 사용했다. 

군 인권센터는 "강 하사는 입주 3개월이 흘러서야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주변 동료들에게 공포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복지대대가 초임 하사에게 아무도 살려 하지 않는 관사를 배정한 배경과 강 하사가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었던 사정을 인지했는지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유가족 측의 요청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강 하사의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할 예정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