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수석 "대통령실 엽관제"… 野 "언제부터 그게 인사원칙"
"9급" 논란 권성동 "청년 상처 송구" 사과하면서도 '정당' 주장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채용 논란'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연일 진화하는 데 총력을 펼치지만 이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이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실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고 비공개 채용, 소위 말하는 '엽관제(獵官制)'"라고 말했다.
엽관제는 선거에서 공을 세운 기여도와 충성도에 따라 공직자를 임명하는 정치적 관행을 뜻한다.
그러면서 강 수석은 "대통령실 채용제도와 관련해 사실을 왜곡해서 프레임을 통해 '사적채용'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 강 수석은 "사적 채용이라는 것은 능력도 없는 측근이나 지인 등을 대통령실 등 중요한 국가기관에 채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상이 되는 우 행정요원 등은 캠프에 참여했고 적극적인 지지자들 중 능력이 인정된 분들을 공적 채용한 것"이라며 "측근·지인을 비밀리에 채용한 것처럼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인사의 라디오 방송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9급 행정요원 우모 씨, 극우 유튜버의 누나 안모 씨,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의 아들 주모 씨 등 대통령실 직원 채용을 두고 잇달아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강 수석이 '엽관제'를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대통령실 채용이 전문성보다는 대선 캠프 참여도에 따라 이뤄졌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엽관제'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엽관제'까지 들먹이며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을 정당화하고 나섰다"며 "엽관제가 언제부터 대통령 인사의 원칙으로 통용됐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제의 본질은 특혜채용, 정실인사"라면서 "대통령실이 청년들의 속을 뒤집어놓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억지주장을 멈추고 사적 채용에 대해 깨끗하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여당에서도 이번 사적 채용과 관련한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강원 지역 지인 2명의 아들이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별정직) 9급 가지고 뭘"이라고 말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심지어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 등 유명 광고 카피를 패러디한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권 원내대표는 20일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제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줬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자신의 '9급' 발언이 기름을 부우면서 2030 지지율이 큰 폭으로 빠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면서, 밤낮 없이 쉬지도 못하며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정책, 홍보 등 모든 분야에서 헌신했다"며 "이러한 청년들이 역대 모든 정부의 별정직 채용 관례와 현행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각 부서의 실무자 직급에 임용됐다"고 설명했다.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논란의 불씨는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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