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권 경쟁, 결국 '밥그릇 싸움'
[기자수첩] 당권 경쟁, 결국 '밥그릇 싸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7.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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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

최근 여야의 모습을 대변하는 한 문장이다. 멀리서 보면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두고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엔 치열한 당권 경쟁의 현장이 펼쳐져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공통점은 현재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단 거다. 사방에서 이들을 향한 압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굽힘이 없다.
이 대표는 현재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 심의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 가닥이 잡히기 때문에 물밑서 당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철수 의원은 윤핵관과 접촉면을 넓히며 당내 입지를 굳히기 위해 본격 기지개를 켰고, 당내서는 공부모임이 속속 출범하며 세력화를 위한 포석을 뒀다. 

'윤심(尹心)'도 녹록지 않다. 앞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단 내용의 언론 보도에 대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간의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익명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30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 교두보로 평가받던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윤 대통령이 당무에 선을 긋고 있단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더욱 좁혀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두고 여전히 옥신각신하고 있다. '친문'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불출마 선언으로 배수의 진을 쳤고, 재선 의원들과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 등 당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그럼에도 '개딸(개혁의 딸)'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에 출마할 거라 본다. 차기 대권을 위해선 당권부터 장악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 역시 대외적으로는 '숙고 중'이라고 하나 사실상 출마에 방점을 찍고 채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 적이 있단 건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몰두해 있단 건 아닐까. 2년 뒤 총선이 열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당권을 쥐어야 한다. 즉, 민생 현안보다 정치적 입장이 우선하는 셈이다. 

지지부진한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각종 의혹만 쌓인 채 열리지 않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 현안을 팽개친 채 밥그릇 보전에만 집중하는 그들을 보는 게 국민들에겐 '현실 소름'이란 걸 모르는 걸까.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