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비서실장 박성민 사퇴… '李 고립 작전' 관측
김종인 "당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 역할 못하는 듯"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내달 7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를 앞두고 당내 고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친윤(친윤석열)'계인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박성민 의원은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의 표명을 두고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심(尹心)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이로, 그간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인물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날 박 의원이 돌연 사퇴하면서 양측 간 소통의 다리도 끊어진 셈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사의를 두고 당내 주류인 친윤계가 본격적인 '이준석 고립 작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고, 윤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인 배현진 의원과도 공개 회의석상에서 충돌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여부를 두고는 대통령실과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여당 대표와 대통령 측 간 갈등이 드러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와 친윤 계의 갈등 구도에 대해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에 있기 때문에 당의 기능이 보다 원활하게 해서 야당과 협치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지금 초기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여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국민입장에선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라고 질책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최근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환송에 가지 않은 것을 두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초대받지 못했지만 갔다. 윤 대통령과 현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인데 안 나간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시각도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갈등으로 묶지 않았으면 한다"며 "박 의원의 당대표 비서실장 사의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자꾸 갈등 구조를 부각하는 쪽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조금 걱정스럽다"고 했다.
당사자인 이 대표도 이날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 시찰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실장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 들었다"며 '윤심이 떠났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박 실장과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당 윤리위는 내달 7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다. 당 안팎에서는 다음주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징계위가) 당헌당규상 2주 후로 결정됐지만, 저는 처음부터 '거취를 결정해라' 하는 경고라고 봤다"면서 "자기 스스로 물러나 재기하는 방법을 택해야한다"고 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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