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620원… 노사 양측 “인정 못해”
내년 최저임금 9620원… 노사 양측 “인정 못해”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6.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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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물가 인상률도 못 미쳐” vs 사 “소상공인 현실 외면”
5.0% 인상‧월 201만580원… 노동부, 8월5일까지 고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비판한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높은 인상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노사 양측의 이의제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정해졌다.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01만580원이다.

8차까지 이어진 회의에도 노사의 입장 차가 계속되면서 결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으로 구성되는데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은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던 노동계는 9620원이 제시되자 즉각 반발했다.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4명이 퇴장하면서 한국노총 소속 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해 기권처리 됐다.

재적위원 27명 가운데 23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찬성이 과반을 넘기면서 962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2014년 이후 8년만에 법정 심의기한(6월29일)이 지켜졌지만 노사 양측의 표정은 어두웠다.

노동계는 ‘현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민주노총의 반발이 거셌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5%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으로, 결국 임금 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며 “저임금 노동자 삶의 불평등, 더 나아가 노동 개악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5.1%)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결정된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 (시간당 6470원→7530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 자체에서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로 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부담감 가중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5년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으며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노동부는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