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은 지하철역 이름을 따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명에 회사의 이름을 지속 노출하며 홍보 효과를 거둔다는 전략이다.
29일 금융권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서울교통공사의 ‘역명 병기 유상 판매’ 개찰 결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선릉역, 4호선 명동역 등 3곳이 낙찰됐다.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 명동역은 우리금융그룹, 선릉역은 애큐온저축은행이 입찰에 참여해 각각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은 지하철역 인근 기관이나 기업, 단체에서 돈을 받고 역명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이 ‘종각(SC제일은행)’으로 표기되는 것처럼 본 역명 옆에 부역명이 괄호로 들어가는 형태다.
이에 따라 이번에 낙찰된 역도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을지로입구(하나은행)’, ‘명동(우리금융타운)’으로 간판이 바뀔 예정이다.
역명 병기는 서울교통공사가 재정난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신청하려면 서울 시내 기준 대상 역에서 1㎞ 이내(서울 시외는 2㎞ 이내)에 위치해야 한다. 또 기관‧기업‧단체의 인지도가 높고 공사의 이미지를 저해할 우려가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가격도 만만찮다. 하나은행은 이번에 역명을 따내기 위해 8억원의 거금을 투척했다. 우리금융과 애큐온저축은행도 각각 6억5000만원, 7억5000만원을 역명 사용료로 지불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1회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역명 병기는 금융지주와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 인기다. 많은 금융회사가 역명에 자사 이름을 넣기 위해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첫발을 뗀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2016년 6월 역명 유상 병기 사업이 시행되자마자 을지로입구역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한 차례 연장을 통해 7년간 ‘을지로입구(IBK기업은행)’역의 이름을 지켜왔다.
SC제일은행은 종각역, KB국민은행은 9호선 샛강역에 각각 자사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역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부역명을 따냈다. 카드사에서도 신한카드와 BC카드가 각각 2‧3호선 을지로3가역, 2‧5호선 을지로4가역을 상대로 계약을 맺었다.
금융사들이 지하철 역명을 탐내는 이유는 홍보 효과가 우수하다는 판단에서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의 표지판과 열차 안내방송 등에서 자사의 이름이 계속 노출되면 그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할 것이란 계산이다.
실제 SC제일은행에 따르면 부역명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2017년 6월과 비교해 2년 6개월 뒤인 2019년 말 은행의 브랜드 인지도는 3%포인트(p)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브랜드 홍보 효과도 좋고, 지하철 승객들에게 회사의 본점 위치가 이 역 근방이라는 것을 지속 알림으로써 지역의 랜드마크화도 기대할 수 있다”며 “사업 참여 비용도 3년이란 기간과 효과를 생각하면 저렴하고 가성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