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짐 싸는 은행장…단기실적 치중 우려
2년마다 짐 싸는 은행장…단기실적 치중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6.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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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사보다 짧아…4년 임기 넘긴 행장 드물어
(사진=각 사)
(사진=각 사)

국내 시중은행장의 재임 기간은 금융지주나 외국계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보다 비교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이상 재임한 국내 시중은행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재직기간 중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은행은 대부분 행장의 기본 임기를 2~3년으로 두고 있다. 연임은 가능하지만, 경영 상황이나 이슈 등 대내외 악재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잦다. 또 연임은 기본 임기보다 짧은 경우도 있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현직 은행장 가운데 가장 오래 재임하고 있는 사람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다. 진 행장은 지난 2019년 3월 취임해 한 차례 연임을 거쳐 3년4개월째 은행을 이끌고 있다.

진 행장의 두 번째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다. 3연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진 행장의 전체 재임 기간은 4년을 채 못 채우는 3년9개월에서 멈춘다.

진 행장의 임기는 보통 은행장들에 비해 긴 편이다. 2010년 이후 전·현직 시중은행장을 뒤져봐도 진 행장보다 길게 재임한 인물은 드물다. 그나마 허인 전 KB국민은행장이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간 지내 진 행장보다 더 길다.

이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3년6개월간 재직해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경우 허인 전 행장은 첫 임기 2년에 두 차례의 연임으로 각각 1년씩의 기간을 부여받았다.

허 전 행장 이전의 국민은행장은 임기가 길지 못했다. 바로 직전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던 체재였으며 기간은 3년이었다. 그 이전에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임기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9월까지 1년2개월에 불과했다.

신한은행 진 행장 이전 은행장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임은 한 차례도 없었다. 조용병 전 행장(현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2년간 재임했고, 이어 취임한 위성호 전 행장 역시 2019년 3월까지 단 2년만 머무르다가 연임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

우리은행도 권광석 전 행장과 손태승 전 행장(현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광구 전 행장이 각각 2년씩만 은행장 자리에 머물렀다. 하나은행 역시 지성규 전 행장이 2년간 재임하고 연임 없이 물러났다.

농협은행은 2020년 이전까지는 은행장의 기본 임기가 1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은 이례적으로 3연임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임기는 3년도 채 안 됐다. 현재는 은행장 기본 임기 2년을 보장하도록 바뀌었다. 

국내 시중은행장의 임기는 외국 금융사 CEO와 비교했을 때 매우 짧은 편이다.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05년 취임해 17년 넘게 CEO 자리에 앉아 있다. 마이클 코뱃 전 씨티그룹 회장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재직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과 비교해도 차이는 확연하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2015년 행장직에 올라 현까지 7년 넘게 재임 중이다. 한국씨티은행도 하영구 전 행장이 10년의 임기를 채웠고, 후임인 박진회 행장도 6년을 보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 임기가 짧으면 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 전략 추진과 행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 임기를 늘리고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