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단통법일까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단통법일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6.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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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는 것도 못마땅해 하는 나라.”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휴대폰 불법 판매점에 대해 사실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2014년 10월 시행 후 8년째 접어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단통법)’에 대한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물론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입장에선 단통법 위반행위를 잡아내는 건 당연한 업무다. 문제는 단통법 그 자체다. 누구를 위한 단통법일까. 여론은 이 법의 도입 이후 꾸준히 부정적이다. 단통법 제정 취지였던 단말기 유통시장의 투명성 확보는커녕 소비자 부담만 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단통법 시행 후 불법보조금 살포행위가 더욱 음지로 숨어들면서 시장이 불투명해졌다. 예전엔 발품을 조금만 팔면 싼 값에 휴대폰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젠 아는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밴드, 카카오톡 오픈채널 등에서 기존 구매자 추천으로 정보가 유통된다. 단통법으로 차별해소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비싼 값 주고 휴대폰을 사도록 했고 극소수만 혜택 받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동통신 유통업계도 단통법을 탐탁지 않아 한다. 국내 이통시장은 가입자 포화상태로 통신사간 가입자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통법 도입 후 이통사들의 판매장려금이 줄어들면서 시장도 얼어붙었다. 유통점은 신규가입, 번호이동 등 가입자 유치를 통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특히 유통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극심한 시장 위축과 판매 채널별 장려금 차등 문제를 비롯해 성지점 쏠림현상 같은 불평등한 영업 환경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유통망 활성화 정책으로 ‘파파라치 제도(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도)의 포상금’을 낮추는 방식을 발표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단통법 덕분에 마케팅비가 줄어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동통신사들은 어떨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넘겼다. 5G 가입자 증가와 비대면 신사업 호조 덕도 있지만 마케팅 비용도 줄어든 덕분이다. 단통법에 사업실적면에선 수혜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의외로 현 상태의 단통법을 반기진 않는 모양새다. 법 도입 당시 핵심사안인 분리공시제가 제외되면서 이통사들이 비난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은 제조사가 책정하는 데 단말기 구매가가 비싸다는 비난을 통신사들이 받고 있다”며 “통신비 인하 요구에 적극 따랐지만 단말기 할부금 탓에 티가 안 난다. 분리공시제를 적용하는 등 단통법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