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비중 10% 안 돼…수시채용·내부 육성 등 병행
시중은행은 ICT(정보통신기술) 능력을 갖춘 전문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ICT 전환을 은행권의 주요 경영 목표로 삼은만큼 인력을 충원해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권뿐만 아니라 다수의 업종에서도 ICT 인력 수요가 많아 인재 확충은 원활하지 않은 형국이다.
시중은행은 이를 의식해 적극적인 채용과 함께 기존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연수 등을 통해 내부 인력을 육성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채용한 신규 ICT 인력은 982명이다. 이는 전체 신규채용 임직원(6319명) 중 15.5%를 차지한다.
올해 3월말 기준 4대 은행 전체 임직원 5만4748명 가운데 디지털 인력은 4215명으로 7.7%에 불과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9.2%로 가장 많았으나 10%를 넘진 못했다. 이어 하나은행 7.7%, 신한은행 7.1%, 우리은행 6.5% 순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을 외쳐왔던 점을 생각하면 많지 않은 수로 해석된다.
이는 비단 국내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대퇴직’ 시대를 맞아 주요국의 구인난이 심화한 가운데 글로벌 은행 산업에서도 ICT 인력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해당 인재들은 주로 빅테크나 핀테크 분야의 취업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빅테크 3사(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의 직원 2136명 가운데 IT·디지털 인력 비중은 1077명으로 절반(50.4%)에 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도 1879명 중 804명(42.8%)이 디지털 인재다. 두 업계 모두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다.
은행들은 내부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존 직원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금융과 기술 양쪽에서 능통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제휴해 직원 40명을 뽑아 6개월간 카이스트 전산학부의 핵심 전공과목을 교육하는 ‘디지털 워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관록 있는 경력자만 주로 뽑던 이전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신입 직원을 적극 모집하는 은행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ICT 부문 신입행원 공채를 진행 중이다. 총 50명을 선발한 후 그룹 ICT 계열사인 ‘우리FIS’에 파견해 핵심 개발인력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문 인력 공급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해당 분야 인재가 은행에 갖는 인식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며 “은행 특성상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만큼 자유로운 환경을 선호하는 개발자들은 은행 취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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