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新디자인 경영
[기고] 新디자인 경영
  • 신아일보
  • 승인 2022.06.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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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
 

재계에 이에스지(ESG) 경영이 대세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환경·사회·투명 경영’으로 순화해 표현했다. 손익계산서에 나오지 않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강조한 내용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 국민은 여전히 ‘ESG 경영’하면 낯설다. 경영자가 직접 챙기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해서다. 마치 자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ESG 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그렇다면 이를 좀 더 대중적으로 확산할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필자는 몇 가지 단어를 첨가해 ‘ESG 경영’을 ‘신(新) 디자인(DESIGN) 경영’으로 달리 표현해보면 어떨지 생각해보게 됐다. ‘DESIGN’ 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환경(E), 사회적 책임(S), 건전한 지배구조(G)를 의미하는 ‘ESG’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필자는 다양성(Diversity), 진정성(Integrity), 괴롭힘 금지(No harassment)를 추가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협의의 다양성(D)은 성별, 학력, 신체, 지역, 연령 등을 뛰어넘어 기업에서 우수 인재를 고루 선발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확산돼야 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최근 여성이 중간관리자와 임원 등으로 다수 진출하는 것도 다양성이 강조된 측면이다. 다소 넓게는 회사 내 다양한 의견 등을 존중해주는 조직 문화가 널리 퍼져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마디로 회사 내 ‘다름’을 인정해주는 조직 문화가 확산돼야 좋은 회사로 지속성장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단어인 진정성(I)의 핵심 대상은 소비자와 내부 직원이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할뿐 아니라 재발 방지 대책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제품을 팔 때는 간까지 빼줄 것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면서도 정작 문제가 생기면 발뺌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진정성이 없으면 요즘처럼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많은 시대에는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응징’을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와 함께 내부 직원에 대한 경영진 메시지도 진정성이 높아야 한다. 앞에서는 하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직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려 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노사관계로 발전할 수 없다. 경영진이든 직원이든 꼼수가 자주 통하면 그 회사는 조금씩 균열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개인 및 업체 간 위력(威力)을 이용한 괴롭힘도 금지(N) 돼야 한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주고 좋은 복지 혜택을 주더라도 직장 상사의 괴롭힘이 지나치면 이를 버텨낼 직원은 아무도 없다. 이는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협력 업체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직장 상사를 통한 괴롭힘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괴롭힘을 단지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다양성, 진정성, 괴롭힘 금지의  요소는 ESG의 항목인 ‘사회적 책임(Social)’의 범주에 들어간다. 일종이 사족(蛇足)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국내 기업에서 다양성, 진정성, 괴롭힘 금지가 좀 더 빠르게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ESG 경영’보다 일보 전진한 ‘新디자인 경영’으로 표현해면 어떨지 제안해보고 싶다.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는 과거에 디자인(DESIGN)을 ‘Destruct(파괴하다)+Sign(기호)’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디자인을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변화를 추구한다.’라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부터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다. 바야흐로 ‘新디자인 경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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