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짙게 드리운 ‘퍼팩트 스톰’ 공포
[기고] 美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짙게 드리운 ‘퍼팩트 스톰’ 공포
  • 신아일보
  • 승인 2022.06.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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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미국이 주도하는 ‘긴축의 시대’의 본격적인 ‘거인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연방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연준(Fed)이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린 것은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이 재임하던 시절인 지난 1994년 11월 이후 무려 28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연준의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0.75~1.00%에서 1.50~1.75%로 높아졌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75%와의 격차는 0~0.25%포인트 차이로 그 격차가 아예 없어지거나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지난 14일부터 소집한 이틀간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75bp(0.75%포인트, 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6월 15일(현지 시각)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관점으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50bp 또는 75bp 가능성이 가장 높다.”라고 말해 연준이 연속해서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밟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이번 인상 폭이 이례적인 조치임을 강조하고, 향후 기준금리에 대해선 FOMC 정례회의 때마다 결정을 내리고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줬다. 그래서인지 증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당초 예상한 것과는 달리, 오히려 금리 전망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다, 1%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독약 처방’까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는데도 그런 우려가 배제되고 확실성이 담보되면서 연준(Fed)이 미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암 덩어리’인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사활을 걸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시장이 다소 안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 6월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을 기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1981년 12월 8.9% 이후 4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물가가 지난 3월 8.5%로 정점을 찍고 완화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9.2%를 기록해 지난 1998년 9월 9.3% 이후 거의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5월 소비자 물가가 5.4%로 2008년 8월 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거듭 중이다. 고물가는 터키가 70.0% 상승해 압도적이었고 그 뒤로 에스토니아(18.9%), 리투아니아(16.8%), 체코(14.2%) 등 무려 9개국이나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세계적 현상으로 고착되고 있다.

이렇듯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흔들리자 미국은 이러한 고물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으로 0.75%포인트나 파격적으로 올리고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세계 각국 정부가 고강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경제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심각한 패닉(Panic)에 빠져들었다. 미국·유럽·아시아 증시가 모두 급락했고, 6월 14일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500선도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이틀째 급락해 11.54포인트(0.46%) 떨어진 2,492.97에 장을 마치며 전날에 이어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2,500선을 밑돈 것은 2020년 11월 13일 2,493.87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한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6월 14일 한때 1,290원을 넘어섰다가 2.4원 오른 1,286.4원에 마감했다.

이처럼 미국의 고물가와 이에 따른 대폭적인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은 인상되기 전부터 우리 증시와 환율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1,862조1,000억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그 비중이 높아 급격한 금리 인상에 취약한 구조를 지닌 우리로선 더욱 상황이 엄중하다.
무엇보다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주담대 금리를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금리)가 1.98%로 전월보다 0.14%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오르다가 올해 1월 일시적으로 0.05%포인트 하락한 뒤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코픽스는 5월 잔액 기준으로 1.68%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에스시제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평균 금리로 코픽스가 오르면 은행이 이전보다 많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에 코픽스와 연동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따라 오르게 된다.

여기에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난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경제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 8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에서 2.95%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도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물가는 4%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도 고물가를 최대 현안으로 보고 한국은행과 공조해 해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고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생 변수에 기인하는 것이어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유류세·관세 등의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실행했고, 한국은행은‘인플레 파이터’로 4~5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주식을 다시 파는 것)’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소비와 투자 부진을 가져와 경기를 급랭시킬 방아쇠로 작용할 공산이 큰 데다 금리 인상 와중에 정부는 62조 원 추경을 단행하는 등 재정·통화 정책이 엇박자를 빚어 불안감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그야말로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라는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고물가(5.4%)·고금리(1.75%), 고환율(1,290원)이라는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다가 생산(-0.7%)·소비(-0.2%)·투자(-7.5%)가 동시에 줄어드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까지 설상가상으로 경상수지(-8,000만 달러)와 재정수지 적자(-45조5,000억 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가 우리 경제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의 심각성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막을 내리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도시 봉쇄, 미국·유럽·인도 등 주요 곡창지대의 가뭄과 폭염 등으로 유가,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 대한 불안을 키우면서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또 미국의 긴축 정책이 본격 가속화되면서, 생긴 금리 인상 문제는 급속하게 늘어난 막대한 가계부채를 건드리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전방위적으로 작용하여 한국 경제를 무너뜨릴 총체적 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pect Storm:총체적 복합위기)’이 몰려오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과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코로나와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풀린 천문학적 유동성도 그대로 남아 있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최소한 1~2년 이상은 더 지속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우려가 담긴 전망이다. 고물가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임금 악순환’에 빠지면 상황은 더 나빠지는데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차단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며, 기업과 가계, 정치권은 물론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하나가 되어 각자의 위치와 개별 영역에서 내핍과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작금의 경제 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인식하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국가 역량을 모아 총력 대응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각오로 분투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긴축기조를 견지하고 경중·완급·선후를 명확히 비교·형량하여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62조 원의 추경을 마지막으로 돈 살포 정책을 삼가며, 중·장기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후 순위로 미루고, 그 재원을 고통 분담을 실천하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보조금으로 지원토록 하고, 특히, 물가 급등으로 타격이 큰 하청업체와 중소기업, 저소득 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정책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만 한다. 이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보강하는 데 두텁고 요긴하게 써야 한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경비 절감을 통해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하고, 고용 유지와 확대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노동에 쏟은 정성이 기업의 가치가 된다는 의지를 다지고 실천으로 옮기며, ESG 경영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가계는 부채를 줄이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자제해 금리 상승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노사 상생 모델 확산을 위한 각종 입법 지원을 강화하고, 노·사·정 대화 채널을 신속히 복원하고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등 민관(民官)의 인플레와의 전쟁을 뒷받침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일자리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임금 협상에 유연하게 나서야 하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며, 노동을 존중하고 경영을 이해하는 상생의 새로운 노사문화를 안착할 필요가 있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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