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테크·해외여행에 외화 수요↑…외화 유치전 '점입가경'
환테크·해외여행에 외화 수요↑…외화 유치전 '점입가경'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6.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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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우대·이벤트 앞세워 환테크 유혹…예금수요 평년보다 높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은 환율 우대 등 마케팅을 통해 외화예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엔저’ 현상 심화로 환테크(환율을 활용한 재테크) 관심이 높아진 데다, 해외여행 회복세로 늘어난 외화 수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636억엔(5조3700억원)이다. 지난해 말(4964억엔) 대비 13.5%(672억엔) 불어난 규모다.

엔화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만 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이유에서다. 

원/엔화 환율은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 기준 100엔당 935.4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엔화 환율 가늠자로 통하는 ‘100엔=1000원’ 기준보다 낮다. 같은 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4.47엔으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올 3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110엔선에 머물렀으나 석 달 만에 20엔 이상 급등했다.

엔화 가치가 주저앉으면서 엔화 예금에 투자하는 금융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엔화가 세계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만큼 쌀 때 사뒀다가 앞으로 엔화 가치가 회복됐을 때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우대환율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며 신규 소비자를 유치해 외화예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환율 우대 100% 혜택을 내달 29일까지 제공한다. 

이 상품은 가입 시점에 목표환율을 지정해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재테크용 외화정기예금이다. 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최초환율이 가입자의 목표환율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 해지돼 가입 기간에 따른 이자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규제 완화와 여행심리 회복, 국제선 확대 등에 따라 해외여행객을 겨냥한 외화예금 가입자 유치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외화예금 신규 가입자에게 우대환율과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가입자 전원에게 KT 로밍 에그 1일 무료 쿠폰과 롯데 온라인 면세점 퍼플 등급 업그레이드, 구매금액에 따른 제휴머니를 지급한다.

우리은행도 ‘환전주머니’ 이용자와 ‘우리 더달러 외화적립예금’ 신규 가입자 대상 경품 제공 행사를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 

환전주머니는 외화 환전 후 기간 제한 없이 보관하고, 원하는 때에 현찰을 수령하거나 본인 계좌에 입금이 가능한 서비스로 최대 90%의 환율 우대율을 제공한다. 외화적립예금은 목표 환율 알림과 환율우대 등 혜택과 기능을 기본 제공하는 상품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 말까지 하나밀리언달러통장 보유 소비자에게 최대 80% 환율 우대를 제공하고 있다. 일달러 외화적금의 경우 올해 말까지 동일한 수준의 환율 우대를 적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여름 휴가철에 해외여행객 대상 환전 마케팅을 해 왔는데, 최근 2년 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해외여행 회복에 더해 환테크 관심까지 높아지며 환전은 물론 외화예금의 수요도 평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