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후폭풍…철강·시멘트·주류 '타격'
'화물연대 총파업' 후폭풍…철강·시멘트·주류 '타격'
  • 박성은·장민제·이성은·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6.08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코·현대제철 ‘비상’, 시멘트 출하 중단 '직격탄'…참이슬·카스 출고량 '뚝'
파업 장기화 시, 차업계 부품 수급 '불안'…전자업계 원자재공급 악화 '우려'
파업이 진행 중인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차들이 주차됐다. [사진=연합뉴스]
파업이 진행 중인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차들이 주차됐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으로 철강, 시멘트, 주류 등 산업 전반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시멘트와 타이어 공장은 화물연대 점거로 출하가 중단됐다. 철강업계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주류업계는 출고와 운송을 하지 못하면서 몸살을 앓는 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7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해 달라는 이유에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2020년 1월 컨테이너·시멘트에 한정돼 시행됐고 일몰제에 따라 올해 12월31일 효력을 다한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직격탄은 시멘트 업계가 가장 먼저 맞았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진 충북, 강원 등 내륙지역 공장에서 화물연대 점거로 시멘트 출하 중단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시멘트 출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파업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체 화물 운송 종사자(42만명) 중 2만5000여명이지만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업계는 생산 출하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7일 대전공장에서 화물연대 차량이 출입을 통제하며 생산물량 출하가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출하를 시도하고 있지만 일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도 광주공장 봉쇄로 생산 출하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면 차질을 빚진 않겠지만 일부 출하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의 경우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2만톤(t), 광양제철소 1.5만t 가량의 제품 출고가 지연됐다. 화물연대 자극 최소화를 위해 무리한 대응보다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사태를 면밀히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주요 파트너사별 사전 소통을 통한 재고 확보 협의·긴급 물량 사전 출하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현재 출하를 중단한 상태다. 다만 사전 출하를 늘려 현재 제한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재고를 유동적으로 활용해 파업기간에 대응할 예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물류업계와의 상생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이번 파업 영향도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 주류업계도 제품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일부터 이천공장 생산 가동이 중단됐다.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청주공장도 7일 정오를 기해 안전상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출고를 멈췄다. 

이천과 청주 공장은 ‘참이슬’과 ‘진로’ 소주를 생산한다. 전체 소주 생산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달 1~6일 평균 출고율은 평시 대비 38% 수준”이라며 “임시방편으로 새로운 차량을 수배하고, 추가 운송사와의 계약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도 위탁 물류업체 소속 화물차주 18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이천·청주·광주 등 공장 3곳에서 ‘카스’를 비롯한 맥주 출고량은 평소의 20%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빵 공급 차질이 컸던 SPC의 경우 현재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로 불똥이 튈 경우 전국 3400여곳의 파리바게뜨 등 빵집 타격이 우려된다.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곳 네거리 일대 도롯가에 화물 차량들이 줄지어 멈춰 서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곳 네거리 일대 도롯가에 화물 차량들이 줄지어 멈춰 서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완성차업계는 아직 화물연대 파업 여파가 미치지 않고 있다. 다만 파업 장기화와 화물연대의 차 부품 운송 거부 지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조합원들에게 차 부품 관련 차량 납품·운행 전면 중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차량 생산과 신차 탁송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장기화 시 일부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택배업계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파업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참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파업으로 인한 즉각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며 “정부 대응방안과 화물연대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선제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제조업들은 이번 파업에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췄고 거래선에 제품 선납품 등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원자재 공급 악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상황실 TF를 가동했고 물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예의주시 중”이라며 “장기화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전면 봉쇄가 이뤄진 항만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직접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화물연대 총파업 전날인 지난 6일부터 비상수송대책반을 비상대책본부로 격상했다. 해수부는 관용 컨테이너 운송 화물차 총 127대를 주요 항만 등에 투입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필요 시 부두 내 이송장비인 야드트랙터가 부두 밖에서 임시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