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통해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은행이 아닌 업종에도 입출금 등의 지급 서비스를 개방하는 문제가 논의 중이다. 금융권과 핀테크업계에서는 이 문제의 처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금법은 지난 2020년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6일 현재 개정안이 20건 제출됐지만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2020년 11월 제출한 개정안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2021년 11월 내놓은 개정안 등을 논의의 중심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전금법 개정 논의 중 핵심은 카드·보험·핀테크사 등에 종합지급결제사업(종지사) 허용 여부다. 사실상 은행이 수시입출식 통장을 통해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비은행 금융사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보완과제’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지급서비스 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 △중장기적으로 핀테크가 여타 금융업으로 진출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예대마진이 하락해 소비자 이익이 기대된다는 점 등을 전망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계좌계설의 경우 은행의 고유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또 규제에 있어서도 종지사들도 ‘동일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카드업계는 종지사 도입 적극 찬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을 수시로 불러 추진에 힘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각 업권이 동상이몽 중이고, 정부 부처 간 갈등까지 겹치는 등 전금법 개정안 추진을 본격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마찰이 문제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사청문 답변 자료를 통해 전금법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기존의 한국은행 입장은 빅테크 업체의 이용자 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집결시키고 금결원 검사·제재권까지 금융위가 모두 관할하면 문제라는 것이다.
연초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전금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디지털금융의 혁신과 금융규제 개선’ 비전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당초 국민의힘 측이 지금까지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을 종합, 발전시켜 새 정부 출범과 지방선거 등이 끝난 5월쯤 새로 발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 전망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에서 새 종합수정안을 내더라도 결국 여야가 합의해서 단일 개정안 통과를 추진해야 하나,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으로 내분 중이라는 점도 문제다. 2년이 넘게 추진동력 부족을 겪은 상황에 새 정부와 국회가 모멘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