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월부터 양적긴축(QT)에 들어가는 등 국제경제 상황이 요동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렇게 분석이 엇갈리면서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해 돌파하자는 지적이 대두된다.
이를 두고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한 물가상승이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형적인 공급비용 상승 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요인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 △금리인상과 유동성 회수 등 긴축적 통화정책 △추가경정예산안 등 재정지출 확대를 꼽았다.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대외적 대책을 주목하는데, 현 국면 돌파와 관련해 “환율 상승에 따른 국제수지와 물가 악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환율 상승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건 ‘역환율전쟁’ 때문이다. 각국이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쳐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전쟁’의 교과서적인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경우도 물가가 급등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자국 통화 가치가 낮아질수록 구매력이 떨어져 수입 물가 부담이 매우 커지는 그물에 걸리게 된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인상 등 자국 통화 가치 절상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접근법도 신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며 이 방안이 수출 경쟁력에도 당장은 맛이 쓰지만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문제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사회적 논란 때문에 좀처럼 쉽게 풀 이슈는 아니라는 대목이다.
이에 다른 돌파구를 찾는 시각도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기계, 자동차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임 연구원은 “근래 수출의 경우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양호함을 시사한다”며 “하반기에도 양호한 선진국 구매력, 적은 공급부담, 중국 경기 반등이 글로벌 경기 확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전문학과 증설 등 비상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통화 당국과 재정 당국의 엇박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예측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어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