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긴축 속도조절론에 상승폭 둔화, 불확실성 여전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강달러 정점 여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환율은 5월 중순만 해도 1300원 시대를 넘본 이후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은행의 단계적 금리 인상 조치 등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서는 강달러 현상이 잠시 주춤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다시 출렁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월30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7.6원 급락한 1238.6원에 마감했다. 4월22일 이후 한 달여 만에 1230원대로 돌아온 셈이다. 다음날인 31일에는 1.4원 내린 1237.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물가 정점론과 미국 긴축 속도조절론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통계를 보면 물가 상승 폭의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제 무리하게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미국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 전반에 연쇄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불안감과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31일 현지 언론을 통해 “물가안정에 대한 최우선 책임이 Fed에 있다”고 재량을 강조하자 이날 환율이 잠시 1243.1원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출렁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2개월이 중요한 상황이다. 여름을 정점으로 하반기를 주목하는 논의들이 부각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은 때때로 1300원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도 고점은 1280원선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수준이 적어도 두 달 이상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PCE 발표와 관련해 “물가가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면서 Fed가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없을 것이란 의구심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200원을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환율 변동폭이 클 것을 상수로 놓고, 국제 유가가 오르는 등 불안을 전제로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산업연구원은 5월말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을 내놓고, 하반기 국제 유가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등 유가 하락요인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구조적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상반기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250원 안팎에서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Fed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동유럽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달러 강세 추세가 계속되고 유가도 밀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국은행의 단계적 금리 인상 조치와 중국 봉쇄조치의 점진적 완화, 경기회복세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추가 상승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대항마로 꼽힌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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