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불거진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떠오른다. 더욱이 며칠 지나지 않아 한 은행에서는 2억원 규모의 횡령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는 ‘횡령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업의 횡령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였던 오스템임플란트(2215억원)부터 시작해 아모레퍼시픽(35억원)까지 모두 합하면 횡령 피해 금액은 3000억원을 가뿐히 넘는다.
흥미로운 점은 피해 금액이 2000억원대인 오스템임플란트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은행의 횡령 사건이 더 세간의 관심과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일반 기업 횡령 사건은 주주나 관계인이 아닌 이상 다소 ‘남의 일’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금융기관인 은행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만큼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사실 은행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는 매년 수십건에 달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2021년 업권별·유형별 금전사고 현황’ 따르면, 국내 8개(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SC제일) 은행에서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평균 18.6건의 횡령유용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도 적지 않다. 이들 은행에서 6년 동안 발생한 횡령유용 사고의 평균 액수는 31억8000만원이다. 횡령 총액을 연도별로 보면 2016년 27억원, 2017년 17억원, 2018년 19억원, 2019년 52억원, 2020년 9억원, 지난해 67억원이다.
이번 은행 횡령 사고가 특히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금액의 규모도 그렇지만, 6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세 차례나 돈을 빼냈는데도 이를 제때 포착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컸다.
내부 위험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과연 은행이 내 돈을 안전하게 맡아줄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의문 부호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피해 금액보다 더 뼈아픈 손실일 것이다.
은행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불미스러운 사고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를 더 강화하고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발생한 은행 내 2억원 횡령 사건은 은행에서 내부감사를 철저히 실시한 결과 횡령 다음날 바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은행은 소비자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다. 은행이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 증명해야 할 때다. 이번 사고를 대처하는 모습에서 이 같은 노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