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봉하 들판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저 기념관에 당신께서 마저 이루지 못한 꿈도 함께 깃들어 있다"면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두고 '남한의 도리'라고 말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북한 퍼주기다, 끌려다니기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많은 와중에 의식 수준 높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 도리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추도식에는 여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데 이어 또 야권의 '성지'를 찾은 셈이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는 추도식 이후 권양숙 여사와 별도 만남을 갖기도 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노 전 대통령님께서 소망하셨던,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여야가 함께 일하는 '협치'를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소수에게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법에서 정한 원칙을 지키라는 것, 이것이 노 전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성숙한 민주주의'였다"고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조오섭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정신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검찰공화국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검찰 공화국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이 순간, 노 전 대통령님의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어떠한 번영도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가슴에 한 번 더 되새긴다"고 했다.
특히 이날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10일 대통령 취임 후 10여 일 만에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불참해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앞으로 임기 동안 (노무현)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이 열리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권양숙 여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과 별도로 만남을 가졌다.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함께 권여사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오찬을 하며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