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협치가 뭐죠? 먹는 건가요?
[기자수첩] 협치가 뭐죠? 먹는 건가요?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5.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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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거듭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하나 있다. 바로 협치다. 협치(協治), 직역하면 '화합의 다스림'이라는뜻으로 힘을 합쳐 잘 다스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새 정부의 5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협치는 단순 문자로만 남은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불협치'의 공을 서로에게 넘기는 건 여야정의 공통분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신분일 때부터 '형님 리더십'을 보여 왔다. 자신의 측근인 경우 웬만하면 '털고 간다'는 거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 활동할 때 아들 노엘(장용준)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하자 반려한 게 대표적 일화다. 이후 장 의원은 스스로 물러났지만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그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했고, 취임 이후엔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보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그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 협치에 또 다시 균열이 갔다. 이 밖에도 원희룡 국토교통부·김현숙 여성가족부·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총 6명을 민주당 동의 없이 임명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선 호방하단 긍정 평가와 '측근 정치'라는 비판이 모두 존재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협치의 협이 '협력할 협'이 아닌 '협박할 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진정한 협치를 위해 마냥 발 벗고 나섰다 하기엔 어렵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들은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 1소위를 열고 차별금지법 논의를 위한 국회 공청회 계획서를 단독 채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법사위원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국회 협치 파괴"라고 규탄했다. 지명 후 47일 만에 이뤄진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은 당내서도 '인준 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격론 끝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협치를 하지 않는다며 끊임 없이 지적했다.

거대 양당은 협치는 잊은 채 서로가 서로를 향해 '발목 잡는다'고 비토만 한다. 흡사 국민을 향해 모르겠단 얼굴로 "협치가 뭐죠? 먹는 건가요?"라고 묻는 듯하다. 의원님들, 협치는 먹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겁니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