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금융지주 자회사 신탁사 순익 전년比 26.9%↑
부동산신탁사가 금융그룹 내 알짜배기 비은행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위상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각각 KB부동산신탁‧아시아신탁‧하나자산신탁‧우리자산신탁 등 부동산신탁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아 유지관리와 개발, 임대, 처분 등을 담당해 수익을 내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말한다. 금융사가 자금을 위탁받아 굴린 뒤 투자수익을 배당하는 ‘금전신탁’에서 위탁물만 부동산으로 바뀐 꼴이다.
기존에는 KB와 하나금융만 자회사로 부동산신탁사를 두고 있었다. 그러다 2019년 신한과 우리금융이 각각 아시아신탁과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함으로써 현재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들 신탁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03억원으로 전년(2288억원) 대비 26.9% 불어났다. 4개 신탁사 순익은 2018년 1236억원에서 매년 3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후빌딩을 구입해 신축하거나 빌라 관리를 맡기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동산신탁 시장이 호황을 보인 덕분이다.
4개 회사 중 실적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자산신탁이다. 지난해 순익이 927억원으로 금융지주 계열을 넘어 전체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제일 선두다. 그 뒤를 KB부동산신탁(815억원)이 바짝 쫓아가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신한금융의 품으로 들어간 효과를 톡톡히 받았다. 2019년 254억원에 불과하던 순이익이 이듬해 458억원으로 80.3% 늘었고, 지난해는 758억원을 벌어들이면서 2년 만에 순익이 3배 뻥튀기됐다.
금융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등 다른 계열사와의 연계로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지난 17일 기존에 60%만 가지고 있던 아시아신탁의 잔여 지분을 모두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우리자산신탁도 같은 기간 311억원에서 403억원으로 순이익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신탁사들이 급성장하면서 금융그룹 내 자회사들 가운데 차지하는 위치도 높아졌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신탁은 신한저축은행(245억원)보다 순이익이 3배 더 앞섰다. 같은 기간 KB부동산신탁과 KB저축은행(226억원) 간 순익 차이도 589억원이나 벌어졌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신탁사들의 호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만큼 수요가 계속 발생하리라는 전망에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전망도 좋은데다, 그룹 계열사 간의 협업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이익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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