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차기 선장을 뽑는 작업은 부산 이전 추진이라는 굵직한 이슈 때문에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새 정부와의 교감 내지 재량 인정과 밀접한 함수관계 끝에 낙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차기 산업은행 회장에 거론된다.
이 중 황 전 회장은 지인들과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을 세워 최근 신규 사모전문운용사로 등록을 완료했다. 아울러 새로 벌인 일 때문에 요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뜻을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은 완곡한 거절 의사에도 당분간 하마평에서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산업은행 회장 임기는 웬만한 중량감과 뚝심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두고 황 전 회장과 거명되는 인사들의 면면도 간단찮은 점은 이를 방증한다. 이 전 실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을 거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도 공로가 크다.
강 전 수석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관련 이해도가 높다. 금융 전문성이 높은 정치인으로 평이 자자한 윤 의원이나, 박근혜 정부 시절 국책은행 통폐합 정책을 수립하는 데 일조한 남 교수 등 모두 쟁쟁하다.
여기에 표면적으로 황 전 회장이 다른 일을 벌인 상황이라고 고사하지만, 이 전 수석도 지난 4월 서울장학재단에 신임 이사장으로 부임했음에도 계속 요직 후보로 오르내리는 걸 볼 때 개인 의사가 마냥 중요한 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지금 차기 금융위원장 선출도 난항이다. 한때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가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풍문이다. 그래서 금융위는 부위원장을 먼저 인선, 일을 맡기는 이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산업은행 회장 등 여러 기관과의 역학관계와 ‘케미’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김주현을 상수로 놓고 나머지를 변수 취급하는 대신 오히려 산업은행 회장감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예우를 새 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맥락이라야 윤 의원이나 이 전 실장, 남 교수 등을 산업은행 회장감으로 저울질하는 게 사리에 맞다. 또, 그런 연장선상에서라면 황 전 회장이 삼성증권,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에서 두루 역량을 발휘해 온 점과 뚝심도 ‘진행형’으로 저울질하는 게 결례는 아닌 셈이다.
전술했듯 다음 금융위원장 선임까지 시간이 다소 길게 부여된 상황이고 이 기간 중에 여러 인재들과 윤석열 정부의 교감이 있을 전망이다.
이 고심 끝에 어떤 거물이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러 들어오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두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