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입장 난처…자금세탁 방지 체계 후 전체적 점검 처음
일정 조정됐으니 잘 받으면 된다는 의견도 '향후 처리가 관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검사 추진 문제를 놓고 다소 불편한 상황에 말려든 것으로 18일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원팀'을 구성해 비상한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을 헤쳐나가려는 구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금융 관련 기관들이 협심보다 권한 분쟁을 빚는 구도가 연출돼 문제라는 지적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독립성을 갖는다. 즉 '정부의 남대문 출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이슈에 말려들면서 같이 스타일을 구겼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문제의 중심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공동검사 문제가 있다. 공동검사를 놓고 미묘한 기싸움을 벌인 상황에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터진 500억원 이상의 횡령 건이 조연 격으로 엮여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주연은 한국은행이 금감원에 매년 내던 100억원의 출연금 중단 이슈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금감원은 원래 이달 중 케이뱅크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계획을 미뤄 6월7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횡령 사고로 예상치 못한 수시검사에 인력이 혹사당하면서, 다소 다른 일을 미루게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과의 공동검사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협의가 원만치 않고 오래 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케이뱅크에 대한 금감원 공동검사 요구안을 의결한 뒤에야 구체적인 검사 문제 논의의 진척이 있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잡음에 관해 "협의를 지속해 왔고, 앞으로도 한국은행과 금감원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동검사를 실시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공동검사와 관련, 미묘한 기류가 조성된 건 과연 왜일까 뒷말이 없지 않다. 더군다나 케이뱅크로서는 이번에 '머리를 올리는 처지'였다는 점에서 힘빠지는 상황이다. 사실 작년에 이미 자금세탁 방지 체계와 유동성리스크 관련 부문검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경영 전반에 대해 검사를 받는 건 은행 설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데뷔전에 난처한 당국간 신경전이 겹쳐진 것이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굳이 연출할 정도로 두 기관이 서로 민감해 하는 이유가 뭘까?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테마검사를 공동진행한 것을 계기로 이번 정기검사도 함께 나가기로 어느 정도 콘센스(Konsens)를 구축했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 공감대에 금이 간 것은 분담금 논란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금통위에서 금감원에 내던 100억원의 출연금을 올해부터 내지 않기로 의결했다. 당연히 두 기관간 분위기가 경색됐다. 금감원으로서는 자기 기관이 출범한 1999년부터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돈을 받다가 끊기게 됐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서는 살림살이 규모상, 한국은행에서 더 이상 출연금을 받을 명분이 이제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금감원 서비스 이용권'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금감원은 특수목적법인이자 민간기구다. 관이 아니라 비용 조달 명분으로 금융회사들로부터 출연금(분담금)을 받아 왔다. 관리감독이라는 서비스를 받으니 비용을 갹출해 달라는 취지다.
그러니, 관점에 따라서는 한국은행이 출연금 중단을 결정한 이상 굳이 공동검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은행의 위상을 볼 때 일반적으로 감독을 당하는 서비스를 돈 주고 사야 하는 금융회사들과 다르지 않냐는 논리다. 당장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 검사 및 자료 제출 요구권만 해도, 한국은행법에 보장된 사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연금 중단의 한 축인 한국은행의 위치와 공동검사를 진행하는 위치는 다른데, 이를 혼동해 바라보면 안 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다른 의견을 보태는 이도 있다. 한 법학 교수는 "한국은행법상 정부의 카운터파트라고 봐야 한다. 정부의 업무를 일정 부분 위탁받아 처리한다고 보면 공무수탁사인일 것이고…그런 상황에서 왜 다른 금전적 문제를 가져 와서 공동의 업무에 일말이라도 지장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른 학자는 "두 기관 모두 이런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다면, 정작 피감기관에 대한 예의·서비스 정신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럼 종합검사나 감독 등 이유로 출연금을 받을 명분도 없는 게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제 일정 등 조정이 봉합됐으니 잘 진행하면 되고, 다시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케이뱅크를 난처하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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