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터리 세계 1위' 가능할까요?
[기자수첩] '배터리 세계 1위' 가능할까요?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5.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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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고작 세 글자일뿐인데 단어가 주는 느낌은 미덥지 못하다. 당장 연상되는 이미지만 해도 초저가, 품질불량, 위험, 불안 등이다. 이탈리아산 구두, 독일산 주방용품, 일본산 게임기처럼 단순 생산국가를 의미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중국산 배터리’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과 품질을 내세우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LG, SK, 삼성 등 굵직한 국내 대기업도 속수무책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누적 점유율은 26.3%다.

2위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5.9%를 기록했다. 5위 SK온은 6.6%, 7위 삼성SDI는 3.8%로 집계됐다. 국내 배터리 3사 시장 점유율을 전부 합쳐도 1위인 중국 CATL(35%)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BYD까지 더하면 중국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거기다 중국은 지난해 대비 배터리 점유율을 8%포인트(p) 가량 끌어올리며 한국과의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은 불과 몇 년 사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저가 전략 때문만은 아니다. CATL은 셀투팩(CTP), 셀투셰시(CTC)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밀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선보이며 글로벌 완성차업체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았다. ‘값싸지만 품질력은 떨어지는 중국 배터리, 비싸지만 우수한 제품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정부 주도 하의 막대한 지원 정책과 각종 인센티브,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전폭적인 R&D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 배터리 교체 서비스, 폐배터리 재활용 체계 구축 등 전반적인 생태계 조성도 적극 추진한다.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원자재 수급 문제까지 면밀히 챙기고 있다.

이렇듯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을 어떻게 따돌릴지가 관건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전문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 인재 양성은 개별 기업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재 양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바로 정부의 몫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배터리를 미래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배터리 세계 1위 달성을 약속했다. 배터리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모호한 약속보다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정부 서포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