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지난 5년간 보증부대출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부대출은 부동산 등의 물적 담보물 대신 신용·공적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방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주요 은행의 보증부대출 잔액은 336조1033억원이며 전년(290조9589억원) 대비 15.5%(45조1444억원) 늘었다.

보증부대출 잔액은 지난 2016년 160조2434억원에서 2017년 178조1620억원으로 11.2% 증가했고 이듬해(207조4177억원) 16.4% 더 불어나며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19년 232조3888억원에서 2020년 290조9589억원으로 25.2% 늘며 증가폭을 키웠다.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증부대출 증가율은 무려 109.7%(175조8599억원)에 달한다. 5년 동안 몸집을 두 배 이상 키운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전체 대출액에서 보증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4.2%에서 지난해 말 20.9%로 확대됐다.

보증부대출은 돈 떼일 염려가 낮다. 대출받은 소비자가 상환하지 않더라도 보증기관에서 대출금을 대신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큰 위험 부담 없이 손쉽게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다.

대출자도 신용기관의 심사를 통과하면 담보를 마련할 필요 없이 돈을 빌릴 수 있어 편리하다. 보증료를 내야 하지만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고 연 1~2회만 납부하면 된다.

보증부대출은 주로 가계의 전세자금대출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공공기관의 보증을 낀 전세대출이 대부분이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물론,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금융 대출 역시 이들 기관의 보증을 필요로 한다.

은행의 자동차 대출인 ‘오토론’ 역시 공공기관의 보증이 큰 역할을 한다. 이전까지 자동차 금융은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됐다. 하지만 은행권은 SGI서울보증의 신용보증을 담보로 오토론 영업을 개시하면서 시장에 진출했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보증부대출은 상당수 취급된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기관이 기업대출 보증을 담당한다. 

다만, 보증부대출의 단점은 접근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이다. 모바일뱅킹의 활성화로 비대면 대출 수단이 넘치는 환경이지만, 보증부대출은 은행과 신용기관의 연계와 절차상 문제 등으로 인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받을 수 있다. 

단, 최근에는 은행들이 일부 보증부대출 상품에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중소기업 대상 보증부대출 비대면 서비스 구축을 협의하고 올 상반기 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이 보증부대출을 확대하는 배경으로는 단순 위험도가 낮은 이유도 있지만, 효율적인 건전성 관리 목적도 공존한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을 많이 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하락한다”며 “정부나 공공기관의 보증을 받은 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일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아 건전성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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