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덕에…서울 환시에 하루 늦게 반영된 '이창용 구두개입'
ECB 덕에…서울 환시에 하루 늦게 반영된 '이창용 구두개입'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5.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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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우측)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16일 오전 환담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우측)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16일 오전 환담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나라도 0.5%p(포인트)의 '빅스텝' 금리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이 환율 하락을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1원 내린 1284.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내린 1277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 중 상승 전환, 결국 3거래일 연속 1280원대로 마친 셈이 됐다.

이날 이 총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회동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도 앞으로 50bp(0.5%포인트)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완전 배제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물가와 성장률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좀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원화 강세, 즉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다만 다음날 일부 효과가 나온 것.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도 환율에 대한 언급을 했던 만큼 이번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환율 개입이 완충 효과를 만난 형국이라고 보면 된다.

또,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이 총재 발언 뒤 기자들에게 원론적 입장임을 강조한 여파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다만, 총재에 취임한 뒤 사실상 처음 제시된 이창용식 '구두개입'이 효과를 내긴 냈다는 점도 분명하다. 17일 오전 상황은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로화 강세 압력을 높이며 달러 강세 완화에 일조하는 상황에 전날 이 총재의 발언 효과가 겹친 것으로 종합가능하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