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사권 확대’ 경찰, 형법 소양 길러야
[기자수첩] ‘수사권 확대’ 경찰, 형법 소양 길러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5.16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물이 만들어낸 집 중에서 지붕이 없는 유일한 집, 둥지. 인간의 눈에는 반쪽짜리지만 새들에게는 완전한 집이라는 점에서 시각을 달리한다.

속세를 떠나서야 볼 수 있던 둥지는 이제 도심 곳곳에 자리해 인파와 함께 묻어간다.

관광객을 대신해 명동 거리를 차지한 비둘기, 그의 안식처가 앤티크한 건물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다.

새는 해충을 잡아먹음으로써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다. 그러나 도심 속 둥지를 나온 비둘기는 인간이 주는 먹이를 쫓으며 살만 채우고 있다.

인간과의 공존인지 공멸인지 모르겠으나,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 새가 제 기능을 상실하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검찰 수사권을 아예 폐지하는 내용의 ‘검수완박’(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 법안이 9월 시행된다. 통상 사건은 경찰 수사, 검사 기소, 판사 판결로 마무리되는데, 경찰 수사는 검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기소는 검사 스스로 결정한다는 게 현행의 핵심이다.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수사권 갖지 못해 기소만 전담하게 된다. 70년 이상 지켜온 형사사법체계의 대손질이다.

이 법안이 도심 속 둥지처럼 스며들지, 자연을 떠나와 결국 애물단지가 된 새로 평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법안 추진을 두고 여야는 심한 갈등을 겪었다. 진통 끝 어쨌든 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몇 달 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법 시행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경찰 수사권 확대로 경찰조직의 수사과 행보가 바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 인력 증원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업무 전문성이다.

검사와 경찰 수사 역량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법고시와 경찰시험 과목 수와 출제 수준만 비교해도 그러하다.

이명박 정부는 고졸자의 9급 공무원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직렬별 필수 전문과목 대신 사회, 과학, 수학 등 교양과목을 추가해 선택하도록 했다.

경찰시험도 법 과목이 아닌 국어나 한국사, 영어, 수학, 사회, 과학만 치르고도 합격하는 시스템으로 개편됐다.

경찰이 관련 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일고 업무 역량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10년 만에 시험과목이 형사법, 경찰학개론, 헌법, 영어(검정제), 한국사(검정제)로 바뀌었다. 사법고시에 늘 있던 헌법 과목은 이제야 경찰시험에 등장했다.

당장 내년에 수사과 인력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 과에 차출된 경찰 상당수가 10년 이내 합격한 사람일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 전문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민업무를 맡아온 경찰이 갑자기 수사과로 발령이 나면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처리할 사건 수는 또 얼마나 많아질 것인가.

검사는 사법고시 합격자 중에서도 유능함으로 상위권에 뽑힌 사람들이다. 이들의 수사 역량과 경찰의 역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경찰 집단 스스로가 능력을 업그레이드해 국민 걱정을 불식해야 한다. 

수사 능력의 핵심은 입증이다. 심증을 물증으로 입증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중 기본적으로 형법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절차법인 형사소송법보다 범죄와 형벌의 실체를 규정하는 형법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의 부정부패를 막아야 하는 일도 숙제다.

검찰 수사권, 기소권 분리 체계가 완전히 안정화하는 데까지는 20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그간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상할 수 없으나, 그것은 매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목표이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