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한 금리정책 필요…규제완화 '골든타임' 갑론을박
기업 위한 금리정책 필요…규제완화 '골든타임' 갑론을박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5.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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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규제 스태그플레이션 해법 차원서 논의…경실련은 '우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부터 경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기업 활성화는 개별 산업 지원이 아닌 금융·경제 전반의 큰 그림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59조원 이상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번에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라 13년 6개월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대규모 추경까지 집행되면 5%에 육박한 소비자물가가 추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책 엇박자’ 논란도 대두된다. 이번 ‘2차 추경 사업’ 가운데 25조원의 현금성 지출은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금성으로 지원하면 전체적인 수요가 늘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 중인 한국은행 관계자들. (사진=한국은행)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 중인 한국은행 관계자들. (사진=한국은행)

역대급 추경이 선언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번 추경 선언 등 유동성 공급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원론적 차원에서 상반된 정책으로 엇박자를 타서 그나마 기대되는 효용성마저 날려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불필요한 규제 완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 대수술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이를 위해 금리를 당분간 묶으면 인플레이션 부담을 방치하는 게 되는데 이 점이 부동산 등을 갖지 못하고 저축만 보유한 서민층 수탈 효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

수출 경쟁력을 위해 환율 관리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강달러 대처법으로 우리 돈 가치의 상승 방안(기준금리 인상 등)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수출 경쟁력과 유동성을 굳이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수출 중 대미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이외로 간다. 또 우리 통화는 현재 달러에만 약세고 엔, 유로 등 다른 통화들에 비해서는 오히려 강세를 보인다. 따라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새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를 풀어주거나,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들어가 지금 상황을 버티면서 사이클상으로 좋아지길 기다리면 된다”며 “9월쯤 되면 환율이 하락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는 기업 대출에 더 부담이 되므로 가계 이자 부담 측면에 치우쳐서 검토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돌입으로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졌지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미국 금융긴축의 전개와 금리정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6년 1분기~2021년 4분기 법인기업 대출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p) 상승하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2%p 늘지만 가계대출 연체율은 0.1%p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 상승이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다. 

경제 원동력 보호 차원에서 금리 문제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여기서 나온다. 

고용, 각종 정책 규제와 차세대 핵심인력 공급 등에서의 대책 목소리도 다양하게 나온다. 전국경제인엽합회는 대기업 지정제 등을 비판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고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을 막는다는 것이다.

11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세미나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더욱 심각한 인력난을 야기했으며, 근로자들에게는 근로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일부 유연성을 가미해 달라고 주장했다.

왕성호 한국 팹리스연합 대외협력 위원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중국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제를 위반하면서까지 글로벌 우수 인력에게 지원금을 주면서 자국으로 데려오고 있다. 한국은 그 정도까진 어렵더라도 그들을 지원해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로 주요 대학의 첨단학과 신증설이 막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가 국정과제로 반도체 인력양성에 나선 만큼 교육부가 대학 정원 조정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새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재조정 가능성과 함께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일성으로 성장지향형 산업전략을 내세워 기업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에선 이런 접근법들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과제”라며 “재벌과 대기업, 사용자에 편향된 과제들이 제시돼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