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나아갈 큰 틀인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주택 공급은 공약 내용과 같이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한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250만호는 윤 정부 임기 내 공급하는 것은 아니고 문재인 정부에서 나왔던 3기 신도시 등 공급 계획이 모두 포함된 내용이다. 공공임대아파트 연평균 10만호 공급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양질 10만호 이상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어차피 임기 내 주택 공급이 아닌 주택 공급 계획 마련인 만큼 3기 신도시 등 이미 시작된 공급 계획은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지만 공공재개발이나 3080+ 같은 이전 정부의 상징성 있는 정책은 공식적인 중단보다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택 공급 정책인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원가주택 같은 계획은 우선순위로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 역시 공약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취득세는 생애 최초 취득한 주택에 대해 감면을 확대하고 다주택 중과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논란이 예상되는 재산세와 통합은 중장기 과제로 넘겼고 우선은 2022년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 환원,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1세대 1주택 고령자 납부 유예 등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양도소득세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데 공약에서 2년으로 했던 한시적 기간은 1년으로 해 10일부터 1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다주택 중과세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과 같이 국회 소득세법 개정을 해야 하기에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에 국회 없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시행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매물을 나오게 해서 공급 증가 효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 한시적 양도세 중과 면제는 필요한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따른 인기 지역이나 호재가 있는 지역 아파트는 보유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똘똘한 주택을 양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대출 규제 정상화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가 눈에 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대해서는 현행 60~70%에서 80%로, 조정대상지역 50%에서 70%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40%에서 60%로 완화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이 아닌 가구는 LTV를 지역 상관없이 70%로 단일화하며 다주택자 LTV는 규제지역 0%에서 40~30%로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집값 대비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 기준인 LTV를 늘려주면 내 집 마련을 계획하던 실수요자한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연 소득 대비 대출한도가 결정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 소득이 높은 실수요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자칫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을 지금까지 기다린 실수요자가 받아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으며 겨우 안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자극을 받게 되면 주택 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주택 시장 안정과 시장 기능 정상화, 주택 공급. 이 모순된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절대 성급함,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보여주기식 자화자찬이 아닌 시장 안정을 기본 전제조건으로 느리게 가더라도 하나씩 제대로 준비하고 계획하면서 실행하는 거북이 같은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