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검수완박, 국민투표하자"… 여야 무한 대치
[정치포커스] "검수완박, 국민투표하자"… 여야 무한 대치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4.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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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민투표' 제안… 민주 '반발' 국힘 '환영'
선관위, 어렵다 판단… 장제원 "월권 아니냐"

검찰개혁 입법 추진을 두고 여야가 경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한 '국민투표' 대안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간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홍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 발족 논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국회 특위로 설치하는 결의안이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홍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 발족 논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국회 특위로 설치하는 결의안이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남 탓 생떼" "포퓰리즘"…민주당, 尹 국민투표 맹폭

윤 당선인이 제안한 국민투표는 간단하다. 검찰개혁 입법을 두고 논란이 많으니, 국민에게 찬반 여부를 묻자는 골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여론전의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며 반기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물타기라고 맞섰다.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현행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등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를 언급하며 "이중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혹시 70년간 이어져 온 검찰의 특권이 흔들리는 걸 '국가 안위'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신 대변인은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난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6년부터 효력이 상실됐다"며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검찰권력 사수를 위한 물타기를 중단하라. 검찰권력 사수를 위한 시간끌기에 '국민투표'란 그럴싸한 포장을 당장 멈추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전면전에 나선 모양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투표 추진에 대해 "위헌적 억지주장"이라고 일갈했다. 박 원내대표는 "위헌판결이 내려진 국민투표법은 2018년 국민의힘이 당시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파행시키면서 개정이 무산됐다"면서 "이제 와서 법 개정을 운운하는 건 진짜 전형적인 '남 탓 생떼'"라고 비판했다.

당 중진들도 거친 목소리를 낸다. 5선의 송영길 전 대표는 윤 당선자의 국민투표 주장에 대해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게 포퓰리즘 아니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불가능 판단도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선관위는 관련 법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봤다. 

선관위가 언급한 법령은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이다. 이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는 투표권자와 국내거소신고가 돼 있는 재외국민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해 투표인 명부를 작성토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외국민 투표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불합치를 판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 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 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지 총력전' 국민의힘…尹당선인, 정작 별 말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선관위 판단을 비판하는 한편,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제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선관위를 겨냥해 "정식으로 중앙선관위에 안건을 상정해 결론 난 것도 아닌데 사무처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월권 아닌가"라고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장 비서실장은 "(선관위는) 일방적으로 '그게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거듭 꼬집었다.

성일종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좀 더 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입법 등 뒷받침을 시사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지금 보면 국민투표라는 게 헌법불합치된 부분 때문에 시행하기 어렵단 의견이 있는데, 그러면 그걸 고쳐야 된다"고 비슷한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건 헌법불합치가 난 것이기 떄문에 고쳐야 될 부분이 명확하고, 그에 대한 건 여야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같은 라디오에서 "사실 나라도 제안을 드리고 싶었다"면서 윤 당선인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꼼수를 동원해서 헌법에 위반되는 일을 지금 국회가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가장 헌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지금 헌법을 파괴하면서 저런 막장 법안을 지금 다 보여주고 있지 않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직접 민주주의 형태인 국민투표를 해야 된다. 한 분 한 분 국민의 마음이 어떤지를 국민투표로 보여줘서 국민의 마음이 어느 곳에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국민투표를 재차 제안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투표 추진과 관련해 "인수위 당직자로부터 고육 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관련해) 구체적으로 연락받은 바는 없다"고 해석했다. 

장 비서실장 역시 이날 "아직 (윤 당선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선 그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와 동시에 가처분신청, 권한쟁의심판청구서 제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은 총망라해 저지에 나섰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검찰개혁 관련 입법(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심사되지 않음 △안건조정위원장이 실질적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 의결 △민형배 의원의 안건조정위원선임으로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안건조정위원장의 청구인들의 적법한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 묵살,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 법률안과 실제 본회의 상정 법률안의 상이함 등을 이유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모두 무효 처리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오후 5시부터 28일 자정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는 평가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바로 검찰개혁 관련 입법 표결에 들어간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