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처리 기간이 법상 처리기한을 훌쩍 넘기고 있다”면서 “분쟁조정 업무에 하세월 하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 것은 계속 주목해 봐야 할 일이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보호 시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성된 정부 출연 기관이다. 이러한 준정부 기관으로서 소비자원은 법에 근거하여 그 역할이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더욱이 인적·물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댓글, 메신저 등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정을 반영한 소비자 피해 구제는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권고에 머물러 있고, 실효성 있는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밴드 등 SNS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거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철회가 가능하므로, 이제는 과거와 비교해 보다 강력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국경 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문제에 선제 대응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국제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는 국가 간 거래 관행과 법제도 차이, 언어 장벽 등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원에서는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업무를 늘려나가야 한다.
물론, 소비자원이 관련 피해를 점검해 사업자의 부당 행위를 발견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자율시정 권고로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좀 더 강력한 행정 지도를 취할 수 있도록 각종 소비자피해 조사 업무를 면밀히 수행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정책 연구나 소비자상담에 치우쳤던 업무를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사업에 예산과 인적·물적 시설을 늘려야 한다.
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구제에 관련된 소비자관련법령의 개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2016년에 소비자 기본법의 개정으로 ‘리콜’의 이행 점검을 위한 권한이 소비자원에 부여되긴 했으나 실효성이 아주 적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리콜 ‘명령’을 할 수 있으나, 소비자원의 권한은 ‘권고’에 그치고 만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2018년 소비자 기본법 개정으로 소비자원에게 ‘시료수거권’을 부여하는 개정이 이뤄졌다. 즉,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물품 등의 규격·품질·안전성·환경성에 관한 시험·검사 및 가격 등을 포함한 거래 조건이나 거래 방법에 대한 조사·분석이나 소비자의 불만 처리 및 피해 구제를 위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수의 피해가 우려되는 등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업자로부터 필요한 최소한의 시료를 수거할 수 있다.”고 규정(소비자기본법 제35조)하여, 당해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게 되었다
이제 소비자기본법을 좀 더 강력하게 개정하여 소비자분쟁조정 사건을 다룰 때에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권을 강제하고, 200여일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소비자분쟁 처리기간을 60일 이내로 단축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안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입법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