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강정호 복귀...키움의 욕심일까
[데스크칼럼] 강정호 복귀...키움의 욕심일까
  • 이종범 기자
  • 승인 2022.04.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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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2022 시즌 프로야구가 코로나19로 인한 관중 제한 없이 얼마전 개막했다. 관중 무제한은 2019년 10월 한국시리즈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직관이 그리웠던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팬들의 발길은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 유행도 있었지만 국제 경기에서의 부진과 일부 선수의 일탈 등으로 팬들의 마음이 차가워진 탓이다. 

최근 허구연 KBO 총재가 사상 첫 야구인 출신으로 취임했다. 허 총재는 ‘팬 퍼스트’와 ‘인프라’ 등의 개선으로 야구 인기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야구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야구인 출신이기에  팬들의 기대가 높다. 

인프라 개선도 중요하다. 이 보다 야구장에서 등진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수들의 사건 사고 처리 문제가 시급하다. 최근 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선수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강정호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연일 메스컴에 오르내리던 그는 2016년 12월 음주운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재판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차례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던게 드러났고 법원은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렇게 야구계에서 잊혀져 가던 강정호 선수를 키움 히어로즈에서 다시 수면위로 끌어냈다. 키움은 지난달 18일 강정호의 임의해지(임의탈퇴) 복귀 승인을 KBO에 요청했다.

고형욱 단장은 “강정호 선수가 야구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야구계는 물론 팬들 사이에 복귀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 문제와 운동만 잘하면 문제를 일으켜도 된다는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논란이 이어지자 고형욱 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2018년 이후 야구장을 떠나서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영입한 이후 유기실격이라는 1년의 징계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반성하고 자숙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철회 계획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야구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양준혁 전 선수는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했다는 건 봐줄 수가 없다. 야구 후배지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 선수의 복귀를 반대했다.

반면 최익성 전 선수는 “야구 선배로서 강정호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패배자로 낙인 찍혀 숨어서 살 순 없다”며 “하나가 아닌, 여러 각도의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배척과 수용, 거부와 이해 등등. 그래야 팬들도 생각하고 판단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복귀에 힘을 실었다.

강정호 선수는 KBO에서 1년 유기실격과 300시간 봉사활동 징계를 받았다. 경기를 뛰지 못하는 이번 시즌 동안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도 강 선수의 복귀를 반대하는 팬들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친다. 

해결의 열쇠는 KBO가 가지고 있다. 그동안 선수들의 사건사고를 대처하던 갈팡질팡한 잣대를 이번에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 논란도 규정을 마련해 향후 적용한다면 그 또한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다. 

비어있던 KBO 총재에 새 주인으로 들어선 허구연 총재는 처음부터 까다로운 문제를 다루게 됐다. 강정호의 복귀를 허락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음주운전을 3번이나 저지르는 등 죄질이 나쁜 강정호의 복귀를 허락한다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강정호의 복귀를 불허하는 것도 쉽지 않다. KBO로부터 징계를 받아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복귀를 하려하는데 이를 가로 막는 것이 정당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강 선수의 국내 복귀가 한국야구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안다.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은 키움의 욕심이 과한 것인지 아닌지는 KBO의 결정 이후 강 선수의 행동에 달려있다. 허구연 총재의 ‘솔로몬 지혜’를 기대한다.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baramss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