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달라"…수출업계, 원자잿값 급등에 채산성 악화
"정부가 나서달라"…수출업계, 원자잿값 급등에 채산성 악화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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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석유·조선·IT·기계 업계 점검회의 개최
구자열 무역협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무역협회]
구자열 무역협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무역협회]

수출기업들이 올해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탓에 채산성 악화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는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주력 수출업종별 생산단가 상승 현황과 애로사항을 점검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별 협단체 관계자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 수출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석유협회와 석유화학협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기본관세가 3%인 원유·벙커C유에 대해 무관세 적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이 이미 무관세를 적용 중이다. 미국은 0.1∼0.2%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러시아산 중질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돼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상승했으며 올해 나프타 할당 관세액이 작년 대비 70% 증가한 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자동차·부품·일반기계 등 금속자재 수요가 높은 업종들도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조선협회는 “올해 4월 후판 가격이 톤(t)당 14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며 “특히 후판 가격 인상분을 공사손실충당금에 반영하면 회계상 영업손실이 무려 4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차량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IT) 업종도 비슷한 입장이다. 반도체는 네온 등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수입의 30∼5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1∼2월 네온 수입가격은 156% 상승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는 있으나 대체 가능한 중국산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고 있어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계산업진흥회는 “일부 기업들이 러시아 수출용 굴착기 수주 후 부품과 자재를 선구매했으나 현재 수출길이 막혀 손실보전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심천 등 봉쇄지역에 진출한 공작기계 업체들도 내륙운송이 지체되면서 판매량이 동반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지금도 우리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원을 다투는 원가절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충분한 재고 비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와 민간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