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현장소통의 가치
[데스크 칼럼] 현장소통의 가치
  • 나원재 경제부장
  • 승인 2022.04.06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부재는 갈등과 비례한다. 소통부재가 심화할수록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 간의 소통부재라면 풀고 끝낼 일이지만, 정부와 일선 금융·산업 현장에서의 소통부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를 갑과 을의 관계로 치부하자면 갑은 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상황은 비교적 쉽게 종료된다.

일선 기업의 목소리를 간과하는 관계당국의 소통방식은 대부분 아쉬웠다.

아직까지 입에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사례는 비정규직법이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골자인 만큼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업태별로 사업의 성격이 다른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을 적용하는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제조, 서비스, 유통 현장과 일반사무는 근로자 운용 형태가 다르지만 법은 이를 하나로 동일하게 묶어 규제해왔기 때문이다.

가령, 비정규직법 중 하나의 범주에 속한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만 해도 당시 캐터링(급식 등) 근로자들의 생각은 여느 업태와는 달랐다. 모두가 반대하지는 않지만 캐터링 현장 종사자는 대부분 자식이 있는 주변지역 동네 아주머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보다 시간제 근로를 원하는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아웃소싱(도급)을 활용한 기업의 경우, 현장에서 도급 직원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하면 불법파견(위장도급)으로 간주돼 이를 피해갈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비단 일선 현장만이 아니다. 당시 관계당국 관계자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업계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듣고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금융 당국과 금융업계의 소통부재가 눈에 띄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규제개혁을 주제로 업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국 불화만 키웠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일선 현장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현장점검반을 가동했고 총 62개 금융사에서 1084건의 건의를 받았다.

이 때도 금융사들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자회사 간 정보공유 허용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한 은행 망분리 의무 완화 △대포통장 개선계획 진중한 조치 △민원발생건수 공시 완화 △전산사용 분담금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모두 불수용했다.

같은 맥락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소통부재는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위와 금감원이 추진한 금융규제개혁 성과는 일부는 부풀려졌다.

감사원은 금융위가 지난 2014년 208건, 2015년 211건의 규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제 이 중 각각 32건과 105건은 마무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는 금융개혁 인지도 설문조사에서 국민 열에 아홉, 열명은 금융개혁 과제 중 4개 이상 알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설문결과가 왜곡된 경우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금융개혁을 강조했다. 이번 정부에선 금감원의 권력분산이 예상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몇 년간 사모펀드 논란 등의 엇박자로 변화가 요구돼 왔다.

금융위가 중징계 이상 모든 징계권을 가져오고 금감원 감독권은 국회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예상된다.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고 금감원을 갑의 위치에서 끌어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비춰진다.

물론 껍데기만 바뀌어선 안 되겠다. 소통이 없는 행정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도 일선 사업 현장에선 여러 불만이 삐져나오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은 현장에서 새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혁의 시발점은 현장 소통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