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띵 시리즈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신간] 띵 시리즈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4.03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세미콜론)
(사진=세미콜론)

“세상에 음식은 많고, 하나 정도는 마음껏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선보이는 이번 열일곱 번째 띵 시리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고 싶은 마음’으로 22인의 작가들이 모였다.

3일 출판사 세미콜론에 따르면 22인의 작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주제는 다름 아닌, ‘싫어하는 음식’. 고수, 오이처럼 특정 재료를 싫어하는 사람이 식당에서 주문할 때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하는 이 한마디를 제목으로 삼았다.

좋아하는 대상과 그에 대한 마음을 다룬 에세이는 정말 많다.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하는 그 마음만으로도 분명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기운들이 마구 차오른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도 대부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골라 전시하는 데 익숙한 편이고, 우리는 의외로 ‘싫어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좋은 것만 옆에 두고 보기에도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단순히 “그냥 싫어.”가 아니라 “너무 싫어.”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는 수많은 내적 근거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을 너머 한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가치관으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역사는 길든 짧든 하나쯤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나 선언으로부터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되어 인생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각자의 취향이란 정말 고유해서 서로 얽히고설키다가 때로 교차하며 엇갈린다는 점이다.

김미정은 좋아하는 음식 ‘치킨’을 주제로 띵 시리즈에 참여하기로 한 반면, 신지민은 이번 앤솔러지에서 ‘닭’을 싫어하게 된 계기와 잊지 못할 에피소드에 대해 썼다. 같은 경우가 한 번 더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떡볶이’를 주제로 띵 시리즈에 참여하기로 한 김겨울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음식 앤솔러지에 ‘떡볶이’로 참여한 봉달호가 있다.

이들은 “어떻게 닭이 싫어?” “어떻게 떡볶이가 싫을 수 있지?” 하며 서로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겠지만, ‘싫어하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한배를 탔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절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런저런 저마다의 사연들로 각자 싫어하는 음식의 전당에 오른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먹먹하게 펼쳐진다.

우리는 유독 다른 사람 앞에서 ‘호불호’를 드러내는 일을 어려워하고, 특히 ‘불호’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고,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어디 음식뿐이랴. 우리 인생 곳곳에는 생각만 해도 싫은 것들이 여럿 존재한다. 싫어하는 것에 좀 더 분명히 눈을 뜨고 그것과 조금이라도 거리두기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간결해지고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음식은 많고 하나쯤은 마음껏 싫어해도 괜찮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