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北 ICBM 발사… 윤석열-김정은 강대강 전조전?
[정치포커스] 北 ICBM 발사… 윤석열-김정은 강대강 전조전?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3.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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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용감히 쏘라"… 올해만 12번 도발 강행
민주 '靑 용산 이전' vs 국힘 '북한 퍼주기' 지적
韓 아닌 美에 보내는 메시지… 우크라 사태 영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정치권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두고 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해수호의 날인 25일 북한을 향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시점인 어제, 북한이 올해 들어 12번째 도발을 해왔다. 북한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기 대통령으로서 강경하게 대응하겠단 의사를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여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응을 논의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해 안보리 공개회의를 여는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해당하지 않지만, 안보리 잠정 의사규칙에 의거해 '직접 이해당사자'로서 표결권 없이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안보리 회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6개국 요구로 2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측은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통일부도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차덕철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선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의적으로 파기한 모습이다.

차 부대변인은 북한을 향해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북한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지역 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나와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북한 규탄' 한 목소리 내
그럼에도 여전한 '네 탓 공방전'

국회에서도 입 모아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ICBM급 발사는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은 대한민국이 관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시험하려 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정부 교체가 안보 공백을 노려 대한민국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며 "대한민국의 국방태세는 철통같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더욱 확고히 하고, 정부 교체가 국가방위에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철저한 방위태세를 갖추기 바란다"고 부언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은 올해 들어서 12번째이고, ICBM 도발은 4년 4개월 만"이라며 "북 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 6200km까지 올라갔고, 정상궤도로 쏘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알렸다.

허 수석대변인은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한반도 안보 위협 중대 도발"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불안을 조장하려는 기선제압을 위한 포석용 도발임도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여야는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사실상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허 수석대변인은 현 정부를 향해 "수차례 미사일 도발에 단호한 대응을 찾아볼 수 없었던 '북한 바라기' 문재인 정권에 북한은 보란 듯이 임기 말 최대 위협을 감행했다"며 "문 정권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또 "지난 5년 내내 북한은 미사일 도발 등의 위협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고조시켜놓고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위장 평화쇼'를 벌이면, 문 정권은 거짓 제스처에 장단 맞추며 안보 현실을 외면한 채 종전선언에 집착해 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 공약에 대해 "청와대 이전에 무조건 올인할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공백을 먼저 생각하고 전문가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이 ICBM 도발까지 하고 있는데 바늘만큼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오는 28일 북한의 ICBM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갖고 정부 대응 방안과 국제사회 공조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정부 인사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 '강경 발언', 北 도발 돋웠나
외교·군사 전문가 "자제" 조언도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 시점에 강한 군사적 도발을 하고 나선 것에 대해 국제 요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내 요인으로는 정권 교체기를 들었다.

국방 분야 정책통으로 꼽히는 김종대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도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반대하면 제재 결의안을 통과할 수 없다. 국제 제재 포위망에 빈틈이 보인 것"이라고 봤다.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격해지며 중국이 북한을 필요로 하는 상황도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유엔 안보리로 간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은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전 장관은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간 전쟁 일보 직전이라고는 좀 과하지만, 그런 정도까지 가고 있기 떄문에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해서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미국이 이걸 엄히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부언했다. 

이어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는) 러시아가 손 안 들어 주면 안 된다. 또 중국도 미국 편을 안 들 것"이라고 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도발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의 군사도발이 새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기보다는 미국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봤다"고 답했다.

그는 "단거리도, 중거리도 우리(대한민국)한테는 얼마든지 위협이지 않나"라면서 "그런데 ICBM은 미국 측 입장에서 따지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울러 "트럼프가 (이전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왔던 이유도 ICBM이 미국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들은 윤 당선인을 향해 다소 '톤 다운'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당선인한테 상당히, 아주 뼈아픈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이지만 '북한이 남쪽을 상대로 도발할 기미만 보이면 선제타격을 해 버리겠다',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미국에 요청했다', '북한이, 김정은이 도발을 하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북한이) '그래? 한번 해 볼래? 해 봐, 그럼' (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더구나 국방부로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는 문제를 놓고 말하자면 안보 갈등 비슷한 것이 생겼는데, 이것이 북한이 택1을 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거센 발언으로 인해 자칫 남북 관계가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질타다. 이번 도발 역시 사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9.19 합의는 아직 살아 있는 협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ICBM 발사로 남북정상 합의, 9.19 합의의 큰틀은 꺠졌다고 봐야 하느냐'는 물음에 "NLL(북방한계선)이나 휴전선에서 안전은 그것대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 합의가 깨졌다고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 그었다.

다만 "윤 당선자 측에서는 깨졌다고 보는 것 같다"며 "이것이 지금 문재인 정부와 인수위의 인식 차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럴 떄일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북한 도발을 억제하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자산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북한은 전날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3월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알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지인 평양 순안비행장을 직접 방문해 지도하면서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 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해 용감히 쏘라'는 내용이 담긴 친필 명령서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 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 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jkang@shinailbo.co.kr